“빈슨 사인 vCJD라고 할만한 정황 있었다”
CJD 가능성 누락한채 프로그램 일방 옹호
다양한 전문가 아닌 동물단체 학자에 의존
‘주저앉은 소=광우병 의심 소’ 무리한 주장
MBC ‘PD수첩’이 15일 ‘PD수첩, 진실을 왜곡했는가’ 편을 통해 광우병 관련 보도를 둘러싼 왜곡 논란에 대해 해명하려 했으나 논란을 더 확산시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PD수첩’은 최근 사망한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딸(빈슨)의 사인에 대해 말하는 대목 등에서 번역의 잘못이 있었다고 하면서도 왜곡 의혹은 전면 부정했다.
하지만 PD수첩이 시인한 오류는 단순한 잘못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논지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사안이어서 “빈슨의 사인을 단정적으로 규정한 것은 팩트를 왜곡한 것으로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날 방송을 본 한 방송학자는 “자기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옹호했다. 시청자들의 판단에 맡긴다면 반대의견도 충분히 소개했어야 하는데, 진행자와 PD가 서로 화답하는 모양새”라며 “공영방송이 전파와 시간을 이렇게 사적인 목적으로 이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오역이 아니라 의미 왜곡 아닌가=PD수첩은 15일 ‘해명방송’에서 빈슨의 어머니 인터뷰 등에서 오역한 3가지 대목과 버지니아 보건당국의 ‘뇌 질환 관련 사망자 조사’를 ‘vCJD(인간광우병) 사망자 조사’로 바꾼 것,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 동영상을 본 뒤 진행자가 광우병에 걸린 소라고 지칭한 실수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PD수첩은 ‘우리 딸이 걸렸을 수도 있는(could possibly have)’을 ‘걸렸던’으로, ‘의사들은 의심합니다(Doctors suspected)’를 ‘의사들에 따르면 걸렸다고 합니다’로 한 것 등도 오역 사례로 인정했다.
‘PD수첩’은 번역의 잘못을 시인한 뒤 방송 내내 다우너 소 동영상을 광우병 의심 소라고 한 것은 왜곡이 아니며 빈슨의 사인에 대해서도 vCJD라고 한 것은 미국 지역방송국의 보도 등을 통해 그럴만한 정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레사 빈슨의 사인에 대한 단정적 표현과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충격적인 ‘다우너 소 학대 동영상’ 등이 함께 맞물리면서 시청자들에게 미국산 소는 곧 광우병 소라는 공포감을 자극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버지니아 보건당국의 보도자료 제목인 ‘뇌질환 관련 사망자’를 ‘vCJD 사망자’라고 지칭한 것은 빈슨의 사인을 인간광우병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PD수첩은 해명 방송에서 빈슨의 사인이 인간광우병이 아니라는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공식 발표도 함께 전하지 않았다.
▽vCJD와 CJD=PD수첩은 이날 빈슨의 어머니의 인터뷰 동영상을 추가로 공개하며 이 어머니가 인간광우병에 대해 10여 차례 말했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 방송이 vCJD가 의심된다고 보도한 영상도 추가 공개했다. 이를 통해 PD수첩은 빈슨의 어머니나 미국 언론도 인간광우병을 의심했기 때문에 PD수첩이 왜곡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 논란에서 핵심은 어머니나 미국 언론이 vCJD를 얼마나 많이 언급했느냐는 점이 아니라 사인의 다른 가능성인 CJD는 왜 누락했느냐는 지적이다.
▽다우너 소 동영상=PD수첩은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 의심 소’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는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마이클 그레거 박사를 상당 부분 강조했다. 또 미국 언론에선 다우너 소의 광우병 위험이 강조되고 있는데 수입국인 한국의 일부에선 반대로 얘기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PD수첩이 ‘다우너 소=광우병 의심 소’의 근거를 그레거 박사에게만 의존한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레거 박사는 동물보호단체 전문가이기 때문에 정부 보건당국자 등의 의견도 함께 소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