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인수합병 등 방송산업 격변 예고
■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방송통신위원회가 23일 지상파TV와 보도·종합편성 방송채널사업자(PP)에 대한 대기업 소유 제한 기준을 완화하고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시장점유 제한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이에 따라 방송법 개정안이 확정 시행되는 올해 말에는 대기업들이 보도·종합편성 채널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상파 디지털화가 완료되는 2012년에는 지상파 채널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대기업의 지상파 진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케이블TV의 인수합병(M&A)을 통한 ‘거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가 탄생하는 등 방송 산업 시장의 격변이 예상된다.
방통위는 “이번 개정안은 2월 옛 방송위에서 마련한 것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 규모에 걸맞은 자연스러운 규제 완화”라고 설명했다. 2000년 방송법 제정 당시 방송사업자의 대기업 소유제한은 공정거래법상의 기준(자산총액 기준 30위 내 기업)을 원용했으며, 이 규정은 2002년에 ‘자산총액 3조 원’으로 변경됐다.
방통위 황부군 방송정책국장은 “2000년 당시 30대 기업 자산총액의 하한선은 현 시점에서 파악할 때 약 8조 원 규모”라며 “방송사업자의 자산총액 합은 2002년 8조6000억 원에서 2007년 26조2000억 원으로 약 3.04배로 증가했으므로 ‘자산규모 3조 원’은 현재 시점에서는 9조1000여억 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황 국장은 “우리 경제의 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대기업 규제 기준을 ‘10조 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지난달 말 인터넷TV(IPTV)의 경우 대기업의 소유규제 기준을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으로 확정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4월 발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따르면 자산총액 3조 원 이상 10조 원 미만인 기업집단은 LS, 동부, 대림, 현대, 대우조선해양, KCC, GM대우, 현대건설, 동국제강, 효성, 동양, 한진중공업, 대한전선, 현대백화점, 영풍, 이랜드, 코오롱, 웅진, 하이트맥주, 부영, 세아, 동양화학, 태광, 삼성테스코, 미래에셋 등 36개 기업이 해당된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나 언론운동단체는 “자본에 의한 방송 장악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황근 선문대 교수는 “우리의 경제 규모를 따져봤을 때 (이전의) ‘자산총액 3조 원’은 방송자본의 영세성을 벗어날 수 없는 비현실적인 기준”이라며 “지상파·케이블TV의 소유 겸영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방송사 간 수많은 M&A를 통한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에 따라 케이블TV의 소유 겸영 규제가 완화되면 25개 권역에 총 45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하는 ‘거대 MSO’가 등장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케이블TV 업계는 IPTV에 대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하지만 디지털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최근 건의문을 통해 “위성방송에 대한 대기업, 외국인 지분 제한이 과도한 상황에서 케이블TV에 대한 규제 완화만 이뤄진다면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다”고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