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는 자신의 이름을 사칭하고 다니는 범인을 잡으려 하고, 범인은 그 형사를 이용해 또 다른 복수극을 벌인다.
대낮 도심에서 18억 원을 실은 현금수송차량이 강탈당한다. 범인은 전직 교도관 안현민(차승원). 안현민이 자기 이름을 사칭하며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을 알게 된 강력반 형사 백성찬(한석규)은 사건 수사를 자청한다. 안현민은 수사팀 앞에서 밀수 금괴를 들고 사라지며 흥분한 백성찬을 자신이 짠 게임 판으로 끌어들인다.
영화 포스터는 한석규 차승원을 앞세워 불이 튀는 듯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 일촉즉발의 긴장감은 안타깝게도 영화 속으로 진득하게 스며들지 못한다. 두 남자는 서로를 존중하는 신사적인 싸움 같은, 맥 빠진 싸움으로 일관한다.
이 영화는 범인이 누구인지, 범인이 어떤 수법을 쓰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처음부터 모두 보여 주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은 미국 MBA 출신의 안현민이 교도관이 되고 범죄극을 펼치는 이유지만 이마저도 시들하게 풀린다.
그가 사연 많은 ‘착한’ 범인이고 ‘더 나쁜 놈’이 있다는 것이 일찌감치 드러나면서 영화의 긴장감은 하강 곡선을 타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나선 한석규의 연기력도 아쉽다. 하얗게 센 머리에 선글라스를 걸치는 이색적인 형사 스타일을 보여 준 백성찬의 캐릭터는 자주 흔들린다. 육두문자를 쓰며 몸을 내던지는 열혈 형사와 존댓말을 쓰며 이성적인 수사를 펼치는 엘리트 형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기 때문이다. 30일 개봉.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