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의 성공 신화
“네, 많이 벌어요.” 그에게는 보통의 배우에게 하듯 애써 에둘러 물어볼 필요가 없다. 대답이 항상 시원시원하다.
홍석천을 만난 것은 그가 운영하는 업소 중 하나인 태국 음식점 ‘마이타이’였다. 앞으로 이태원에 ‘마이’(My)로 시작되는 식당이나 카페를 발견하면 “다 내건 줄 알면 된다”고 쓱 웃으며 말했다.
“중소기업의 매출 정도 되는 것 같다. 식자재에 인건비가 많이 드는 편이라 순수익은 한 20% 정도? 한달에 3∼4,000만원 쯤….” 얼추 계산해보니 연 매출이 20억원이 넘는다.
● 커밍아웃의 성공 신화
그가 외식 사업에 뛰어든 것은 사실 돈을 번다기보다 “사람을 만나고 싶어 저지른” 일이었다. 사람이 그리웠다니. 홍석천은 벌써 8년 전 이야기가 된 ‘커밍아웃’을 화두로 꺼냈다. “처음 가게를 연 2002년에는 커밍아웃 여파로 배우 활동을 할 수 없었던 때였다”고 했다. 먹고 살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홍석천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이제 와서 털어놓는데 당시 철저히 계획하고 준비했다. 최소 3년은 아무 일 못해도 먹고 살 자금은 마련해 놓았다. 커밍아웃하고 미국으로 유학 가려고도 했다, 뭐. 왠지 비겁한 것 같아 그만뒀지만.”
● 배우로서의 성공 신화
커밍아웃 이후 8년, 세상은 변했다. 홍석천은 말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왜 (성전환) 수술 안 하냐. 하리수처럼 예쁘게 수술하면 방송할 텐데’라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이다.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성전환자를 가리키는 트렌스젠더와 동성애자의 개념 정도는 구분한다. ‘게이라며?’라고 쑥덕거릴 순 있지만 동성을 사랑한다하여 대놓고 손가락질 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의식의 변화에 홍석천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그는 요즘 출연 중인 SBS 일일 드라마 ‘애자 언니, 민자’를 화제로 꺼냈다.
“아주 작은 배역이다. 하지만 내게는 아주 큰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커밍아웃 이후 가족 시청 시간대에 어떤 방송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홍석천을 보라. 그가 드라마를 통해 온 가족과 함께 하고 있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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