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 서태지, 그에 대한 궁금증 8가지

  • 입력 2008년 8월 3일 20시 13분


서태지는 늘 베일에 싸여있다. 올해 8집으로 컴백하기 전까지 무려 4년 6개월 동안 그의 모습을 목격한 이는 없었다. 서태지는 또한 마치 어린 아이가 장난을 치듯 미스터리 서클, UFO 등 수수께끼를 풀어놓으며 자신의 복귀를 만천하에 알렸다.

그는 이 모든 것에 대해 “본게임 전 몸풀이 게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정말 재미있었지만 보안을 지키느라 고생했다”고 소년 같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처럼 깜짝쇼를 즐기는 서태지, 그러면서도 늘 감춰져 있는 서태지, 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랜 침묵을 깨고 활동을 시작한 그를 만나 서태지를 둘러싼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봤다.

● 대중화? 이번 앨범은 대중친화적!

초미의 관심사였던 서태지의 8집이 공개되자 음악 평론가들은 ‘실험적인 음악보다는 대중과의 소통을 갈망한 듯하다’는 평가를 일제히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서태지의 대중화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서태지는 “할 때마다 앨범 느낌이 바뀌는데 이번에는 대중친화적인 것일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일단 팬들과 오랜만에 만나서 행복하고요. 앨범도 전반적으로 만족해요. 대중화했다는 평가는 사실 의도와 많이 어긋났다는 생각이 있지만(웃음). 이번 앨범은 어느 때보다 실험을 많이 했거든요. 새로운 걸 만들어보려고 하다가 실패도 많이 했죠. 또 앨범 콘셉트는 워낙에 싫증을 자주 내는 편이라서 그 때마다 하고 싶은 느낌이나 취향이 바뀌어요. 예전에 비해서는 멜로디가 화려해지고 예전 ‘서태지와 아이들’의 느낌이 나는데 어느 정도는 대중친화적으로 된 게 아닌가 싶어요.”

● 음악 생명? 4집 내고 더 이상 음악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4집을 발표한 1996년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서태지는 2008년까지 솔로 앨범을 내며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서태지에게는 ‘언제까지 음반을 내고 팬들과 만날 수 있을까’가 늘 안고 있는 숙제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4집 때 그만두고 싶다고 했을 때 정말 그만두고 싶었으니까. 그땐 더 이상 음악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음반을 낼 때도 한 장을 내면 다음 앨범에 대한 용기가 있는데, 음악 감이라는 게 어느 순간 떨어져버릴 수 있으니까 다다음 앨범은 자신이 없어요. 물론 아직까지 음악이 아닌 다른 일을 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음악 말고 잘 하는 일이 없잖아요. 은퇴라는 말도 다시 못 할 것 같고(웃음). 기간이 길어질 뿐 계속 시도하지 않을까요.”

● 재테크? ‘서태지와 아이들’ 때부터 아끼고 잘 안 써…

서태지는 4년 7개월 공백기를 가졌다. 4년이라는 시간은 대중에게 잊혀질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무엇보다 생활인으로서 경제적인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태지도 재테크를 할까?

서태지는 “아버지가 모든 걸 관리해서 잘 모르지만 일단 아끼고 안 쓰는 게 나만의 재테크”라고 대답했다.

“저도 재테크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웃음). 많이 알려진 대로 강남에 건물을 지었잖아요. 건물에서 몇 층은 작업실, 사무실로 쓰지만 나머지는 임대를 했어요. 그게 재테크가 아닐까. 사실 아버지가 모든 걸 관리하시니까 잘 모르고요. 돈을 벌면 좋은 공연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밖에 없어요. 음반 시장 어려우니까 수입을 올리고 투자를 하는데 있어서 위축될 수 있는데 지금은 돈을 번다는 느낌보다는 쓰자는 느낌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벌었던 돈이나 팬들한테 감동한테 언젠가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다 쓰자. 감동을 주자! 멋있게 해서’라고 마음먹은 거죠.”

● 나이? 혼자 죽는 게 아니어서 억울하지 않아

서태지를 수식하는 수많은 말 중에 ‘포에버 키드’라는 말이 있다. 서태지는 데뷔한 지 16년이 지났지만 변치 않은 외모와 늘 새로움에 도전하는 정신으로 시대를 거스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태지는 이에 대해 “나이를 먹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라며 변치 않는 비결을 밝혔다.

“나이를 먹는 걸 좋아하진 않는데 예전보다 두려움은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서른 살 먹었을 때는 징그럽다고 생각했는데 혼자 죽는 게 아니니까 억울하지 않아요(웃음). 10대, 20대 추억들이 있으니까. 시기마다 묘한 향기 같은 게 있어요. 그런 걸 즐기면서 살다보면 죽을 때 웃으면서 죽을 수 있지 않을까요.”

● 외로움? 잘 안 타

서태지는 4년 6개월 동안 두문불출했다. 외부와 단절한 채 오랜 기간을 살 수 있었던 건 외로움을 타지 않은 성격 덕분이다. 올해 그의 나이 37세, 결혼적령기가 지났지만 그는 바쁜 생활과 좋은 사람들 덕분에 외로울 틈을 못 느낀다고 했다.

“사람들이 외로움이나 우울함에 대해서 대화를 나눌 때 공감을 못하는 거보니까 외로움을 안 타는 성격인 것 같아요. 워낙에 바쁘게 지내는 걸 좋아해서. 심심할 때는 외로울 것 같은데 늘 뭔가를 찾아서 해요. 좋은 사람들도 많으니까. 그리고 여자친구가 외로움을 달래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 이상형? 꿈 많고 착한 여자

외로움을 타지 않는 성격 덕분인지 결혼도 잠시 미룬 상태다. 나이가 들수록 결혼할 생각이 없어진다는 서태지는 서른 살 때만 해도 가정을 꾸리는 게 하나의 목표였지만 지금은 음악에 지장이 줄 것 같아 결혼을 지양하게 됐다고 한다.

“이상형은 계속 바뀌는 것 같아요(웃음). 기본적인 이상형이라고 하면 참한 여자가 좋다고 해야 하나. 아니 착한 여자. 그게 첫 번째고요. 꿈도 많고 저와 비슷한 성격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나이가 들면 들수록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지금은 그냥 결혼하면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데 크게 지장을 줄 것 같아요. 여자친구를 사귀는 것도 힘든 상황이니까요. 언젠가 그런 생각이 들면, 하고 싶은 건 하는 성격이니까 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아니면 혼자서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 음악 뺀 서태지에게 남는 건? RC 비행기

서태지는 음악으로만 점철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도 취미는 있다. 바로 모형 RC 비행기 조립. 원래 만드는 걸 좋아했다는 서태지는 앨범 작업에 돌입하기 전 3개월 내내 음악만큼 열정을 쏟아 RC비행기 만들기에 열중했다.

“워낙에 만드는 걸 좋아하니까. RC는 힘들게 만든 걸 하늘에 띄우는 거잖아요. 야외에 나가서 하늘을 보고 비행기를 띄우면 정말 기분 좋아요. 또 추락할 수 있으니까 마음 졸이잖아요. 정말 빠져들 수밖에 없어요. 한 가지 단점은 하늘을 보고 있어야 해서 얼굴이 많이 타요.”

● 가수 서태지의 꿈? 평범하게 음악 계속 했으면…

서태지는 늘 최정상에 서있는 가수다. 그러나 그의 꿈은 소박하다. 지금처럼 음악을 계속 하는 것. 그리고 팬들과 오래 소통하는 거다.

“큰 꿈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음악 생활을 즐겁게 하고 싶어요. 이런 행복이 지속됐으면 좋겠고요. 인간 서태지로는 평범하게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는 거겠죠. ‘가수 서태지, 인간 정현철을 병행하면서 오래 오래 팬들과 함께 살고 싶다’가 제 꿈이에요.”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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