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최적의 드라이브 뮤직은 비트나 사운드가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고 곡 속도가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아야 좋다고들 한다. 결국 흥겨운 느낌은 있되 자극적이지 않은 곡 구성이 적합하다. 악기 구성도 이펙트가 강하게 걸린 전자 기타나 파워 드럼 같은 거친 사운드 보다는 부드러운 전자음의 건반 악기가 잘 어울린다. 여름 휴가철을 피서지로 가는 차안, 또는 도심의 심야 드라이브에서 듣기 좋은 가요 베스트를 골라봤다.
○ 빅뱅 ‘거짓말’
곡 템포가 좀 빠른 편이라 과속의 우려가 있지만 운전자의 절제가 가능하다면 최고의 드라이브 음악.
전자 건반의 나른한 멜로디에 비트가 추가되고 본격적인 곡이 흘러나오는 전개 과정에서 템포는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이런 곡 구성은 차에 시동을 걸고 저속의 간선 도로를 거쳐 고속도로를 달리는 드라이브의 과정과도 딱 들어맞는다.
○ 빛과 소금 ‘샴푸의 요정’
실력 과시보다 조화를 존중하는 각 파트의 연주, 예쁜 멜로디, 자극적이지 않은 장기호의 무심(無心) 보컬, 퓨전 사운드…발표된 지 20년이 돼가지만 여전히 도시의 밤거리 드라이브 음악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부드럽게 흘러가는 곡 분위기 속에 적당한 긴장감을 부여하는 비트를 묻어놓아 졸음 운전도 방지한다.
○ 브라운아이즈 ‘벌써 1년’
드라이브 음악은 장르적으로 비주류가 많다.
하지만 당대의 히트곡 중에도 ‘벌써 1년’같은 좋은 운전용 노래가 있다. 이 곡이 운전과 어울리는 데는 보사노바 리듬이 큰 역할을 한다. 자극적인 멜로디나 화성을 얹기에는 부담스런 보사노바 리듬의 곡들은 대개 드라이브 음악으로 적합하다. 귀에 달콤한 멜로디에 너무 집중하지만 않으면 즐거운 안전 운전에 딱이다.
○ 롤러코스터 ‘Last Scene’
모든 음반이 드라이브 음악으로 적합한 롤러코스터의 대표곡 중 하나. 하우스 일렉트로니카 혹은 애시드 재즈로 구분되는 이들의 음악은 고저의 분위기 변화가 적어 운전 중에 들으면 자칫 나른해질 우려는 있다. 하지만 쿵짝쿵짝 정박의 리듬과 전자음의 변화, 코러스의 등장과 퇴장 등 흥겨운 운전을 돕는 음악적 각성제들이 있어 괜찮다.
○ 부가킹즈 ‘Tic Tac Toc’
힙합은 강한 비트로 인해 안전한 드라이브에는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꽤 있다. 하지만 부가킹즈 또는 이 그룹을 이끄는 바비킴의 솔로 음악은 소울적이고 펑키한 색채가 강해 흐름이 부드럽다. 곡의 절정부 역시 흥겹긴 하지만 자극적이지는 않다. 이런 음악은 강렬한 햇빛 아래 오픈카 드라이브를 꿈꾸게 만든다.
최 영 균
스포츠지 대중문화 전문 기자로 6년간 음악·영화에서 열정을 불태운 몽상가.
지금은 ‘킬러 콘텐츠’를 만든다며 담배와 커피를 벗삼아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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