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영화계는 베이징 올림픽의 영향 덕분에 ‘중국바람’이 불었다. 할리우드에서는 손오공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포비든 킹덤’, 쿵후를 배우는 판다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 이집트에서 중국으로 무대를 옮긴 ‘미이라 3’ 등이 나왔다. 중국도 ‘집결호’를 시작으로 ‘명장’ ‘연의 황후’ ‘적벽대전-거대한 전쟁의 시작’ 등 대작을 줄지어 내놨다. 양쪽 모두 거대 자본을 투입한 블록버스터급 작품이란 공통점이 있지만 중국이라는 소재를 조리한 방법은 판이하게 달랐다.》
○ 할리우드의 차이나
할리우드가 바라본 중국은 속세를 초월한 이상향의 모습으로 채워진다.
옥황상제와 손오공이 천도복숭아를 시식하는 천상의 세계(‘포비든 킹덤’), 티베트 부근에 있다는 전설의 이상향 ‘샹그릴라’와 상처를 낫게 하고 불로장생하게 하는 신비의 샘물(‘미이라 3’), 깎아지른 듯한 높은 산 위에 세워진 쿵후 수련장(‘쿵푸팬더’) 등 동양에 대한 판타지로 가득 차 있다.
여기에 빠지지 않는 것이 쿵후다. ‘포비든 킹덤’ ‘미이라 3’에 등장하는 중국 배우 리롄제와 청룽 그리고 ‘쿵푸 팬더’의 주인공인 ‘포’는 모두 쿵후의 고수. 웬만한 조연도 쿵후를 한다.
‘포비든 킹덤’에서 도사 ‘루얀’ 역을 맡은 청룽은 불사의 존재이고 ‘미이라 3’에서 진시황 역을 맡은 리롄제는 불과 물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마법사로 묘사된다. ‘쿵푸 팬더’의 마스터 ‘우그웨이’는 죽을 때 벚꽃 잎들에 싸여 하늘로 인도된다.
이처럼 동양적 판타지가 강하지만 곳곳에 채워진 유머는 할리우드 오락영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이 쿵후의 고수지만 잦은 실수와 과장된 몸짓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식이다. 영화평론가 정지욱 씨는 “할리우드의 중국은 호기심을 앞세운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을 넘어서지 않는다. 큰 나라지만 쿵후나 국수 전제왕권 등 서구에 알려진 이미지들을 자신들의 유머 코드에 맞게 버무려 묘사한다”고 말했다.
○ 중국의 차이나
‘집결호’ ‘명장’ ‘연의 황후’ ‘적벽대전…’에는 모두 영웅이 등장한다. 이들은 개인보다 집단의 운명을 고민한다. 영웅들이 외치는 공통 메시지는 단결이다. ‘명장’에서는 형제애를, ‘집결호’에서는 전우애를 강조한다. ‘적벽대전…’에서도 주인공 주유(량차오웨이)와 제갈량(진청우)은 단결만이 살길이라고 말한다.
과거 청룽의 영화가 보여 주던 과장된 액션은 줄었고, 그 자리는 거대한 인력을 동원한 스펙터클로 채워졌다. 시종일관 진지하고, 코믹한 장면은 찾아볼 수 없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최근 중국 블록버스터들을 보면 아량, 우애, 단결을 강조하는 거대한 매스게임 같다. 목숨을 초개같이 여기고 전체를 위해 희생하고 고뇌하는 영웅들이 그 중심에서 단결을 말한다”며 “얼마 전 중국 쓰촨 성이 ‘쿵푸 팬더’가 중국 문화를 비하한다며 상영 보류를 결정했던 것처럼 중국의 캐릭터가 정체성에 혼란을 갖거나 유머러스하게 그려지는 데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