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곧 꿈이다.”
전국 12개 도시 3만여명의 관객을 만나기 위해 4일 오후 부산 서면 CGV에서 첫발을 내디딘 신인 이성한 감독에게 관객이 몰렸다.
시사회가 끝난 뒤 사인과 기념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관객들에게 이 감독은 겸손한 자세로 화답했다. 한 켠에서는 배우 정우와 임준일이 관객들과 기념사진 촬영을 했다. 300여명의 관객은 이들이 만든 독특한 액션영화 ‘스페어’(제작 필름더데이즈·사진)에 대한 관심을 이렇게 드러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님은 먼 곳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등 화제작들의 틈바구니에서 ‘스페어’는 조용하지만 패기에 찬 발걸음을 떼고 있다. 부산을 시작으로 개봉(28일) 이틀 전까지 대구, 구미, 전주, 제주 등 12개 도시를 돌며 관객을 만나는 ‘스페어’의 주연배우 정우와 임준일, 이성한 감독은 영화에 대한 꿈 하나로 의기투합했다.
데뷔 10년 만에 첫 주연을 맡은 정우, 액션배우 임준일 그리고 이성한 감독은 아직 관객에게는 낯설다. 하지만 이들이 만들어낸 ‘스페어’는 날 것 그대로의 ‘아날로그 액션’에 재기와 기발함이 넘쳐난다. 도박빚에 쫓기는 길도(정우)와 그 친구 광태(임준일)의 추격전에 야쿠자(코가 미츠키)와 사채업자(김수현)가 얽혀들어 펼쳐지는 이야기는 한바탕 신나는 ‘액션의 향연’과 함께 어우러진다.
이성한 감독은 주위 사람들의 돈을 빌려 영화를 찍었다. “연애 시절, 아내는 내가 영화감독이 된다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허락했다. 주변에서는 무모하다고 말렸지만 아내는 반대하지 않았다. 덕분에 결혼 10년 만에 감독으로 나서게 됐다”면서 웃었다.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으로 초청받아 해운대 거리에 걸린 포스터를 보며 부인과 함께 가슴 벅찬 감동을 경험하기도 했다. “고교 시절 부모님 속을 많이도 썩혔던” 정우는 주연급으로 나설 수도 있었던 다른 영화 출연 제안을 거절하고 카메라 앞에 섰다. “일찍 되바라지고 일찍 정신을 차리며 고교 시절부터 무술을 접한” 임준일은 청룽의 ‘아크로바틱’ 액션을 꿈꾸며 현란한 몸짓을 선보였다.
이성한 감독은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으니 얘깃거리도 많다. 정우는 10년 동안 연기를 해오며 얻은 경험이 많아서, 임준일은 액션배우의 꿈을 키워오며 쌓은 것이 많아서 서로 얘기할 게 많다”면서 청룽의 ‘쾌찬차’를 본 뒤 영화를 꿈꿔온 자신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풀어놓기도 했다.
부산=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관련기사]한국영화 깜짝출연한 ‘러브레터’ 의 후지이 이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