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천 이사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추천 이사 6명은 이사회 예정 시간(오전 10시)보다 두 시간 이른 8시경 KBS 본관 3층 제1회의실에 입장했다.
오전 9시 45분경 KBS PD협회 등 직능단체 회원 70여 명이 이사회장 진입을 시도하면서 청원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사회는 신변 보호와 이사회 무산 방지를 위해 경찰 병력을 요청했다.
오전 10시경 이기욱 이사 등 옛 열린우리당 추천 이사 4명이 입장하면서 이사회가 개회됐다. 개회 직후 남인순 이사는 “이사회를 여는 데 청원경찰에 사복경찰까지 동원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퇴장했다. 이기욱, 이지영, 박동영 등 이사 3명도 잇달아 회의장을 떠났다.
나머지 6명의 이사는 2시간여에 걸친 논의 끝에 표결을 실시해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이사회의 의결은 재적과반수(6명)로 결정된다. 이사들은 의결 직후 회의실을 나갔으며 KBS 홍보실을 통해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 의결안’을 발표했다. 해임제청안이 의결되자 KBS 직원 100여 명은 본관 로비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이날 전경버스 40여 대를 동원해 KBS 주변을 원천 봉쇄하고 병력 3000여 명을 동원해 시위대의 KBS 본관 진입이나 시위대 간 충돌 등에 대비했다.
정 사장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KBS 이사회에 사장 해임제청권이 없는 데다 이사회 개최 절차상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보기에 오늘의 이사회 의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KBS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KBS에 대한 경찰 투입은 국가 1급 보안 시설인 KBS 청사에 계엄령과 같은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나 경영진이 직접 요청할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이사회는 KBS에 경찰력 투입을 요청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