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으로 잔뼈가 굵은 스크린 스타들도 출연작이 없어 TV드라마로 자리를 옮기는 충무로의 깊은 불황. 하지만 여기저기 서로 모셔가려는 ‘귀한 몸’은 따로 있다.
투자시장 위축으로 한국영화시장은 지난해부터 정상급 배우도 1년에 영화 한편 하기 어려운 불황기를 겪고 있다. 시나리오부터 감독, 캐스팅까지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영화만이 제작비 투자를 받고 개봉까지 할 수 있는 구조가 정착되며 이른바 블루칩 배우들은 더 많은 캐스팅 제의를 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배우는 ‘추격자’의 두 콤비 김윤석과 하정우. 영화시장이 가장 어려웠던 올해 초 개봉돼 500만 관객을 기록한 두 주인공은 올해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가 됐다. 두 사람 모두 대중적 호감도가 높고 탄탄한 연기력을 갖춰 어떤 역도 소화할 수 있는 점이 인기 비결이다.
김윤석은 ‘추격자’ 직후 탈주범과 시골형사의 대결을 담은 ‘거북이 달린다’ 촬영에 한창이다. 이후에는 ‘타짜’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에 서둘러 합류할 예정이다. 가을에 촬영을 시작하는 이 영화는 강동원이 함께 주인공을 맡은 작품.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에서 김윤석과 호흡을 맞춘 최동훈 감독이 적극적으로 요청해 김윤석도 합류했다.
현재 일본에서 츠마부키 사토시와 함께 한일 합작영화 ‘보트’를 촬영하고 있는 하정우는 가을부터 ‘미녀는 괴로워’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에 합류한다. ‘국가대표’ 이후에도 해외에서 기획중인 여러 작품도 하정우를 기다리고 있다. 영어 연기가 가능해 국제적으로 캐스팅 제의를 받고 있어 불황을 모른다.
‘강철중’ 설경구도 쉴 틈이 없다.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둔 ‘강철중’이 아직 상영중이지만 이번 달 말부터 부산에서 대규모 재난영화 ‘해운대’를 촬영한다. ‘강철중’에서 설경구와 호흡을 맞춘 정재영도 몸이 열개라도 모자를 정도로 바쁘다. 9월 개봉되는 ‘신기전’ 홍보와 함께 곧 크랭크인되는 ‘김씨 표류기’도 촬영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송강호는 ‘박쥐’가 끝나기만 기다리며 러브콜을 보내는 제작사가 여러 곳이다. 안성기는 주연은 물론 비중 있는 조연으로 무게감을 더해 제작사의 영원한 짝사랑 상대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스타를 캐스팅하면 곧 제작비가 투자되는 시대는 지났지만 여전히 몇몇 신뢰감 높은 배우는 예외다”고 설명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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