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판 ET ? 외계인-인간 우정 그린 ‘장강7호’

  • 입력 2008년 8월 19일 03시 01분


홍콩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 투자

저우싱츠 감독 SF 첫 도전 눈길

뚱뚱한 인물의 희화화와 코 후비기, 심각한 장면에서 튀어나오는 엉뚱한 말장난….

저우싱츠(周星馳) 영화의 장점은 고민 없이 웃을 수 있다는 점이다. ‘소림축구’(2002년) ‘쿵푸허슬’(2005년) 등 인기작들이 그랬다.

얼마 전 개봉된 일본과의 합작 영화 ‘소림소녀’는 조금 달랐다. 고민 없는 웃음을 전달하던 기존 작품과 달리 우정과 단합이라는 덕목을 내세우는 스토리와 메시지에 무게를 두었다. ‘저우싱츠답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고 흥행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21일 개봉하는 ‘장강 7호’는 ‘소림소녀’의 실패 후 나온 데다 홍콩 영화사상 최대의 제작비(2000만 달러)가 투자되고 저우싱츠가 최초로 도전한 SF물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메인 캐릭터인 외계인 장강 7호는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털까지 세밀하게 표현했고, ‘미션 임파서블’ ‘슈렉’ 등을 패러디한 장면들은 원작에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의 초점은 공들인 특수효과와 저우싱츠의 개그가 아니라 ‘소림소녀’처럼 감동적 스토리에 맞춰졌다. 저우싱츠는 외계인과 인간의 우정이라는 스토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조연으로 물러났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가난한 막노동꾼이지만 아들 샤오디(자오 슈)를 명문사립학교에 보낸 아버지(저우싱츠)의 부정(父情), 우연히 한집에 살게 된 장강 7호와 샤오디의 우정을 다뤘다. 비싼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샤오디를 때리면서 가슴 아파하는 모습이나, 장강 7호를 되살리려고 온갖 시도를 다하는 샤오디는 예전 저우싱츠의 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감정묘사다.

이 덕분에 영화는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오락물이 됐지만 저우싱츠 특유의 황당 액션과 개그를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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