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뭘 할 거야?”
같은 날(21일) 개봉하는 미국 영화 ‘스마트 피플’과 한국 영화 ‘여기보다 어딘가에’에 똑같이 나오는 대사다.
“방으로 돌아가서 팔굽혀펴기 1000번 할래.”(‘스마트 피플’의 백수 삼촌 토머스)
“이 책 다 읽을 거야.”(‘여기보다 어딘가에’의 백수 주인공 수연)
두 영화에서 질문자들이 토머스와 수연에게 물어본 요지는 “앞으로 뭐해서 먹고살래”였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백수로 살아가기가 고단하긴 마찬가지다.
인생 낙오자들을 다룬 영화 세 편이 나란히 개봉한다.
‘스마트 피플’은 ‘헛똑똑이’들이 사람답게 사는 법을 깨달아 가는 얘기다.
등장인물 다섯 명 가운데 네 명은 제목 그대로 똑똑한 사람들이다. 영문학과 교수 로렌스와 다재다능한 대학생 아들 제임스, 아이비리그 진학을 앞둔 딸 바네사, 교수의 옛 제자인 종합병원 의사 자넷. 하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주변에서 따돌림을 당한다.
여기에 백수인 로렌스의 의붓동생 토머스가 이들의 삶에 끼어들고, 로렌스와 자넷이 로맨스를 벌인다.
올 상반기 화제작 ‘섹스 앤 더 시티’와 ‘주노’의 히로인 세라 제시카 파커(자넷), 엘런 페이지(바네사)의 연기가 매력적이다. 한때 멕 라이언의 동반자였던 데니스 퀘이드(로렌스)의 배불뚝이 연기는 안쓰럽지만 역시 자연스럽다.
한국영화 ‘여기보다 어딘가에’는 20대 백수 처녀의 성장 이야기를 그렸다.
수애를 닮은 듯한 외모를 가진 수연은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 의지가 없다. 수연은 가출했다가 세상의 쓴맛을 경험한다. ‘스마트…’가 제법 그럴듯한 거짓말이라면 ‘여기보다…’는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을 듯한 얘기다.
하지만 백수 처녀치고는 지나치게 깔끔하다. “너는 해본 게 없으니까 다 잘할 수 있다고 믿는 거야”라는 등 비슷한 처지의 관객에게 공감을 얻을 만한 대사가 그런 결점을 가려 준다.
낙오자의 인생 역전을 그린 유쾌한 거짓말 영화 ‘발렛’도 같은 날 개봉한다. 이 영화는 파리 시내의 한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대리주차 직원이 주인공이다.
불안정한 직업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에게 청혼했다가 퇴짜 맞은 청년 피뇽이 재벌의 슈퍼모델 정부(情婦)와 시한부 동거를 한다. 말도 안 되는 설정만 눈감아 주면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다.
‘제8요일’(1996년)의 다니엘 오테유 등 반가운 조연을 다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잉글리시 페이션트’(1996년)에서 지적인 매력을 발산했던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가 유창한 프랑스어 솜씨를 뽐낸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