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취임후 5년내내 논란 일으켜

  • 입력 2008년 8월 21일 02시 50분


■ 정연주 前사장과 KBS

낙하산 인사… 아들 병역 말바꾸기… 편파방송

재직기간 1172억원 누적손실

KBS 창사이래 최대 경영위기

검찰이 20일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정연주 전 KBS 사장은 2003년 4월 KBS 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낙하산 논란과 두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을 둘러싼 말 바꾸기, 편향 방송과 적자경영 등 논란을 일으켰다.

정 전 사장은 노무현 후보의 언론고문을 지낸 서동구 전 사장이 낙하산 논란으로 9일 만에 물러난 뒤 임명됐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KBS 노동조합 간부들을 청와대로 불러 후임을 논의하기도 했다. 정 전 사장은 취임 3일 만에 본부장급 임원 7명의 사표를 전격적으로 수리했다. 당시 지명관 KBS 이사장은 정 전 사장에게 편지를 보내 “혁명이 아니라면 이런 인사는 있을 수 없으며 공공기관을 사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2002년 대선 때 한겨레 논설주간이던 정 전 사장은 기명칼럼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두 아들 병역기피 의혹,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 아들의 미국 국적 취득 등을 비난했다. 그러나 정 전 사장의 두 아들도 각각 20세, 18세에 ‘미국 영주권 보유’를 사유로 병역 면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이중 잣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었다. 2005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그는 “(미국에 살고 있는) 두 아들을 그리워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으나 장남이 국감 3개월 전 귀국해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위증 시비에 휘말렸다.

정 전 사장은 취임 이후 이른바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한국사회를 말한다’ ‘인물현대사’ ‘미디어 포커스’ 등 특정 이념에 치우친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2004년 6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당시 10여 시간의 탄핵 생방송을 내보내 편파적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언론학회는 KBS 등의 탄핵방송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편파적”이라고 지적했다.

2006년 11월 연임 때 KBS 이사회는 노조와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으나, 정 전 사장에게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추위가 무산됐다. 정 전 사장은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을 피해 주차장 출구로 들어가는 ‘역주행 출근’을 하기도 했다.

이후 노조는 정 전 사장 퇴진을 요구했으며 정 전 사장은 올해 초 노조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계속해서 퇴진 압력을 넣으면 회사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실제 사례를 들어 협박을 하기도 했다.

정 전 사장은 부임 후 2004년 사상 유례없는 638억 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2007년까지 1172억 원의 누적 사업손실(감사원 지적)을 내 KBS 창사 이래 최대의 경영위기를 낳았다. 2005년에는 2년 연속 적자가 예상되자 예산 절감 명목으로 2005년 7월부터 12월까지 사장과 경영진 월급을 20% 삭감하고 쇄신을 다짐했지만, 2005년에 법인세를 환급받으며 흑자를 기록하자 2006년 1월 이사회에 요청해 삭감액을 돌려받기도 했다.

정 전 사장 재임 중 KBS에서는 회계 직원이 4년간 영수증을 위조해 9억 원을 횡령하고, ‘유로 2008’ 축구 경기가 지역에 따라 최대 2시간 동안 지연 방송되는 등 사건 사고도 잇따랐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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