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찌마와 리’ 류승완 감독 “고농축 ‘추억의 액션’ 한사발 하실라우?”

  • 입력 2008년 8월 21일 07시 46분


《‘이 영화 정말 재미있다. 웃다가 쓰러질 뻔 했어’

‘뭐 이래,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이상하다. 전혀 다른 영화를 본 소감이 아니다. 똑 같은 영화를 본 후 극명하게 엇갈리는 반응. 재미있어 죽겠다며 배꼽을 잡는 관객이 더 많지만 유치해 죽겠다는 사람도 분명히 있는 영화. 일부러 이렇게 만들기도 어렵겠다.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다찌마와 리’. 당연히 류승완 감독 영화다. 국내에서 류승완이 아니면 누가 이렇게 대 놓고 ‘뻥’ 때리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시작으로 어렵게 쌓은 ‘액션국가대표 감독’이라는 지위와 명성(?)을 팽개치고 자칭 ‘폭풍 같은 액션 호쾌한 스타일 몸살 나는 로맨스 쾌남 스파이의 잘빠진 첩보액션’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붙인 새 작품을 내놓은 그에게 직접 물었다. ‘이 영화 대체 뭐야?’》

“모든 것이 빨라지고 세련된 사회에 대한 반작용이랄까? 어떤 범주도 없고 규정도 없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이 영화는 족보가 없다. 그리고 관객에 의해 완성되는 영화가 만들어진 것 같다. 왜 할리우드 영화는 애인하고 헤어졌다던가 하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다 똑 같이 웃고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다찌마와 리’는 관객들의 컨디션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 족보가 없다지만 1970년대 국내 액션활극의 향수가 가득 느껴졌다.

“족보라고 말할 수 있는 정형화된 범주 안에 넣고 싶지 않았지만 단절된 전통은 담고 싶었다. 1970년대 국내 영화계는 액션활극이 활발했다. 꼭 일본이나 홍콩에서 찍은 장면이 초반에 등장하고 멋진 남자 주인공이 나오는 추억의 영화들에 대한 향수가 가득하다”

▶ ‘007 제임스 본드’, ‘본’, ‘미션임파서블’ 같은 블록버스터 액션의 색깔도 강하다.

“영화 준비하며 추억의 액션부터 최근 할리우드 영화까지 다 봤다. 007은 첫 편부터 ‘카지노 로얄’까지 다 봤다. 스파이 영화가 갖고 있는 수많은 기법 중 몇 가지를 코믹하게 담았다. 스파이를 위한 엉뚱한 발명품부터 역할 바꾸기 배신과 음모 반전도 그렸다. ‘오스틴 파워’와 비교하는 말도 들었는데 그 영화는 생각지도 못했다. 서극의 ‘칼’? 아, 그 영화에 대한 존경심은 꼭 오마주로 담고 싶었다.

▶ ‘나라를 배신한 죄는 간통죄’, ‘우리 사이에 통성명은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등 재치 있는 대사도 재미있다.

“나이가 지긋한 영화관객이라면 어디서 한 번쯤 들어봤을 듯한 대사가 많다. 영상원에 틀어박혀 추억의 옛 액션영화를 보고 또 봤다. 그리고 수십 편의 영화에서 맛깔스러운 대사를 차용했다”

▶ 자막이 필요 없는 엉터리 일본어, 중국어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웃음을 위한 장치기도 하지만 사실 아픈 추억이 담겨져 있는 설정이다. 일본 문화 수입이 금지된 시절. 영화에서 어쩔 수 없이 일본어가 나와야 할 상황이면 엉터리 일본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괜히 ‘∼스무니까’, ‘하이’ ‘하이’만 외쳤다. 중국도 그랬던 것 같다. 어설픈 콧수염에 ‘우리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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