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세 감독 “내 작품처럼 부담 크네요”

  • 입력 2008년 8월 26일 03시 04분


자연 다큐멘터리 ‘지구’의 내레이션 디렉터를 맡은 이명세 감독. 박영대 기자
자연 다큐멘터리 ‘지구’의 내레이션 디렉터를 맡은 이명세 감독. 박영대 기자
자연다큐 ‘지구’ 내레이션 디렉터 맡아

9월 4일 개봉하는 자연 다큐멘터리 ‘지구’는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극지방과 히말라야, 밀림과 대평원 등 12년간 촬영한 지구의 경이를 담았다. 온난화로 보금자리인 빙산을 잃고 바다를 헤매는 북극곰의 라스트신은 가슴 저릿한 죄책감을 안긴다.

“온난화가 지금처럼 진행되면 북극곰은 2030년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내레이터는 배우 장동건. 그의 목소리를 조율한 내레이션 디렉터는 이명세(51) 감독이다. 두 사람은 1999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후 9년 만에 재회했다.

20일 서울 용산구 CGV에서 만난 이 감독은 “내 작품만큼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영국 BBC와 독일 그린라이트미디어가 공동 제작한 ‘지구’의 원판 내레이터는 ‘스타트렉’ 시리즈로 친밀한 신뢰감을 쌓은 패트릭 스튜어트다. 일본판 목소리는 ‘라스트 사무라이’의 와타나베 겐이 맡았다.

이 감독은 장동건의 촉촉한 음성이 영상에 잘 스며들도록 번역 대본과 배경음악을 수정했다. 영어 뉘앙스의 대사를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고치는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백상아리가 갑자기 등장하는 부분에서 영어 내레이션은 ‘샤크(shark)!’라고 한마디 내뱉고 말아요. 하지만 이 장면에서 똑같이 우리말로 ‘상어!’라고 하면 어색하죠.”

관객의 몰입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한 부분에서는 원래 있던 내레이션을 빼거나 타이밍을 조정했다. 필름을 거듭 돌려 보며 대본을 고치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렸다.

이 감독은 “다큐멘터리 필름의 사실적 영상은 늘 좋은 공부거리”라며 “기회가 닿으면 명사들의 대담 다큐멘터리를 찍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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