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가수 박학기 “노래는 로또가 아니야…내 인생 존재의 이유”

  • 입력 2008년 9월 5일 07시 45분


딸에게 바치는 노래 ‘비타민’ 박학기

‘긍정의 힘’. 미국의 조엘 오스틴 목사가 쓴 베스트셀러 제목이기도 하지만, 최근 6년 만에 새 음반을 낸 가수 박학기(사진)의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그 동안 박학기는 서울종합예술학교 겸임교수, 드라마 음악감독 등으로 바쁘기도 했지만, 급격히 변해버린 음악시장에 적응하는 데 꽤나 많은 시간을 보냈다. 명함 찍듯 마구잡이로 음반을 찍어내고 또 음반을 내도 팔리지 않는 가요계 현실을 보면서 의욕도 많이 꺾였다고 했다.

박학기는 그 좌절과 회의 속에서 ‘요즘 스타일’이 아닌 자신의 음악세계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다. 그의 대표곡은 ‘향기로운 추억’, ‘이미 그댄’, ‘자꾸 서성이게 돼’ 등 서정적이고 감상적인 포크 발라드다.

‘과연 나는 어떤 노래를 추구해야 하나’ 고민하던 박학기는 중학교 2학년 음악교과서에 실린 ‘아름다운 세상’이 떠올랐다. 1989년 2집에 수록된 이 곡은 쉽게, 빨리, 양념으로 만든 노래인데, 각종 CF에 삽입되고, 음악회 엔딩곡으로 쓰이는 등 정작 자신의 대표곡들보다 더 ‘국민가요’가 돼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그래서 밝은 음악, 부르는 자신도 즐겁고 듣는 사람도 기분 좋아지는 ‘긍정의 노래’를 만들자 결심했다. 나이가 들면 성인가요를 하게 되는 풍토에도 맞서고 싶었다.

“노래의 힘이 대단해요. 내 자신이 우선 긍정적으로 살고 싶고, 그 동안 ‘긍정의 힘’이 주제인 책도 많이 읽었어요. 기왕이면 밝고,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는 긍정적인 노래를 해보자고 했죠. 희망의 노래를 만드는 뮤지션으로서 책임감 같은 것으로요.” 긍정의 노래를 만드는 데 가장 큰 힘을 보탠 사람은 두 딸이다. 두 딸과 친구처럼 지내도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지만, 음악에는 없었다. 밥 말리, 에어 서플라이의 노래는 오히려 어린 딸이 더 좋다며 함께 부르는 곡이다.

타이틀곡 ‘비타민’은 ‘아름다운 세상’처럼 온 가족이 함께 부를 수 있는 긍정적인 노래이기도 하지만 딸에게 바치는 ‘연가’이기도 하다. 제목은 박학기가 딸의 미니홈피에 썼던 ‘넌 아빠의 비타민이야’라는 글에서 가져왔다.

“노래는 내게 ‘로또’가 아니라 생활이고 존재의 이유입니다. 앨범도 어차피 1∼2곡만 부각되고 대부분 묻히기 마련인데, 좋은 곡 하나씩 잘 만들어서 활동도 오래하고 공연도 많이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비타민’과 함께 수록된 ‘좋아해, 사랑해’도 듣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노래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화보]6년만에 돌아온 가녀린 미성의 포크가수, 박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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