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지난달 30, 31일 320여 개 상영관에 영화 ‘신기전’이 걸렸다. 같은 날 220여 개 스크린에서는 ‘맘마미아’가 상영됐다. 두 영화의 개봉일은 각각 9월 4일과 3일인데 며칠 앞서 수백 개 스크린에서 선보인 것이다.
‘맘마미아’ 배급사인 UPI코리아는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한 유료 시사회”라며 “CGV나 메가박스 등 대형 극장 체인이 수용했다”고 말했다. ‘맘마미아’는 이틀간 14만7000명을 모았다.
‘신기전’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같은 기간 23만3000명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하루 3회씩의 유료 시사회만으로 주말 박스오피스 2위에 올라 흥행 조짐을 보였다”는 홍보 자료도 냈다. CJ엔터테인먼트와 CGV는 CJ그룹의 계열사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맘마미아’와 ‘신기전’의 개봉 첫 주말(7일까지) 전국 누적 관객은 각각 81만9400명과 98만9600명. 이는 유료 시사회 관객 수를 포함한 것이다.
영화 배급사와 CGV 등 극장 체인은 이틀간의 유료 시사로 이득을 봤다. 개봉한 지 오래돼 주말 관객이 많지 않은 영화 대신 유료 시사회라는 이름으로 새 영화를 개봉해 객석을 채웠기 때문이다. ‘신기전’과 ‘맘마미아’는 뚜렷한 새 개봉작이 없었던 기간에 유료 시사회만으로 박스오피스 집계 상위권에 진입했다.
‘신기전’은 김유진(58) 감독이 오랜만에 연출한 대하 액션 멜로이고, ‘맘마미아’는 왕년의 팝 그룹 ‘아바’의 노래를 모티브로 만든 뮤지컬 영화다.
관객들은 새 영화를 빨리 볼 수 있으므로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료 시사회는 사실상 개봉과 다르지 않으며 티켓 가격도 같다.
특히 일부 극장에서는 유료 시사회를 위해 개봉 중이던 ‘미이라 3’ ‘다크나이트’ ‘슈퍼히어로’ 등의 상영을 취소했다. 이 영화를 보려고 한 관객들은 선택권을 빼앗겼고, 대규모 유료 시사회는 영화 유통 질서를 위협한 셈이 됐다.
최근에는 탈북자를 다룬 영화 ‘크로싱’의 제작사가 CGV 측에 “사람이 많이 오는 저녁 시간대에 상영관을 배정해 주지 않는다”며 항의한 일이 있었다. 이번처럼 ‘미이라 3’ 같은 대작조차 상영이 취소되는 마당에 작은 영화는 항의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영화계의 큰손인 CJ와 직배사가 유통 질서를 입맛대로 흔드는 실태가 이렇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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