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팬이 무슨 죄…”
식지 않는 한류 열풍,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한류스타. 한류스타가 있는 곳에는 늘 먼 길을 재촉해온 해외 팬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이러한 현상은 송승헌(사진)도 마찬가지. 그가 출연 중인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극본 나연숙·연출 김진만) 촬영장에는 연일 일본이며 중화권에서 날아온 해외 팬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문제는 이들 상당수가 무허가, 불법 여행 상품으로 한국을 찾았단 점이다. 이는 드라마 제작진이나 송승헌 측과 아무런 사전 동의 없이 ‘무작정 현장을 찾고 보자’는 얄팍한 상술이 빚어낸 것들이다.
예정에 없었던 방문인 만큼 해외 팬들은 그저 먼발치에서 촬영 현장이나 지켜보는 게 고작. 촬영 방해를 이유로 정중히 철수를 요구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송승헌은 달랐다. 단지 불법 상품에 속았을 뿐 해외 팬에게 무슨 죄가 있겠냐며 촬영 짬짬이 해외 팬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
송승헌의 한 측근은 8일 “불법 여행 상품의 근절을 위해선 원칙적으로 응대해주지 않는 게 옳다”며 “하지만 송승헌은 팬들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며 사진 촬영이나 사인 공세에 응해주는 등 최대한의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덧붙여 “높은 가격에 거짓 약속을 하는 불법 여행 상품은 특정 한류스타뿐만 아니라 국가의 이미지에까지 타격을 줄 수 있다”며 “한류가 이젠 정착기에 접어든 만큼 업계의 공동 대응과 나아가 국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송승헌을 둘러싼 불법 여행 상품의 성행은 올 초 영화 ‘숙명’ 개봉 즈음에도 있었다. 당시 무허가 여행 패키지는 일본 내 한류 관련 홈페이지와 국내 여행 사이트를 중심으로 7,000원짜리 입장권 한 장에 적게는 3,800엔(약 37,900원) 많게는 2만5,000엔(약 24만9,400원)의 가격이 매겨져 팔린 바 있다. 송승헌 측은 문제의 상품을 판매했던 해당 업체들에 중단을 요청했으나, 업체들은 도리어 “영화 홍보를 해주겠다는데 왜 막느냐”고 반발했었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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