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외모가 개성있는 조역의 밑거름
데뷔 22년만에 첫 주연… 실감안나요”
“마침, 또 그게, 좀 뭐라고 해야 할까….”
연극 영화 등 통틀어 데뷔 22년 만에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유해진(39)은 인터뷰를 낯설어했다.
그는 “인터뷰 솜씨가 많이 늘었다”고 하면서도 수줍어하고 더듬거렸다. 그는 29번째 출연 영화인 ‘트럭’(25일 개봉)에서 트럭 운전사 철민 역을 맡아 처음으로 주연 배우가 됐다.
이 작품은 철민이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조직폭력배가 죽인 시체를 암매장하러 가는 길에 우연히 연쇄살인범 김영호(진구)를 트럭에 태우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스릴러다.
‘주유소 습격사건’(1999년)의 양아치 용가리, ‘공공의 적’(2002년)의 형사 끄나풀인 칼잡이 용만, ‘타짜’(2006년)의 속임수 도박꾼 고광렬….
한국 영화의 흥행작에서 그는 늘 ‘빛나는 조연’으로 있었다. 이름은 낯설어도 스크린에서 보면 “아하∼” 하며 출연작을 떠올릴 만큼 낯익은 얼굴이다.
검은 피부와 찢어진 눈 등 외모는 주연급 스타일과 거리가 멀다. 실제 그는 대부분의 영화에서 악랄하거나 비열한 악당, 건달 등으로 나왔다.
“‘주유소 습격사건’의 양아치 이미지가 강해 늘 그런 역이 들어왔어요. 다른 역도 하고 싶지만 써주는 곳은 없고, 고를 수 있는 여건도 아니어서 언젠가는 괜찮은 ‘놈’이 오겠지 하며 막연한 기대만 했죠.”
잠시 뜸을 들인 그는 말을 이었다.
“외모가 ‘서민적’이어서 양쪽 다 어울리는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어떻게 그런 외모로 배우를 하느냐는 놀림도 받았죠. 하지만 어느 순간 ‘튀는’ 외모가 개성 있는 조역의 밑거름이 됐고 이제 주연까지 맡게 됐습니다. 하하.”
그는 극단 목화 출신이다. 목화는 김수로 임원희 성지루를 배출한 곳이다. 극단 분위기가 엄해 ‘주유소 습격사건’에 출연할 때는 몰래 촬영하기도 했다.
사생활 이야기는 피하고 싶다는 그는 10여 년 전 작고한 어머니가 최근 가장 많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이웃집에서 텔레비전을 보셨죠. 어머니가 드라마를 보면서 ‘저 사람들은 늙지도 않고 항상 저렇게 웃고 참 행복한가 보다’ 하며 한숨짓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했죠.”
고교 2학년 때 고향인 충북 청주시의 한 극단에 들어가자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 이때도 버팀목은 어머니였다.
“6남매 중 막내예요. 연극할 때 막내가 고생하는 것만 보시고 영화에 와서 잘 풀린 것을 못 보고 돌아가셨어요. 살아계셨으면 지금 자랑하고 다니셨을 텐데….”
‘만년 조연’의 연기 인생을 살아온 그는 “힘드니 어쩌니 해도 배우로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매일 감사한다”며 “난 억세게 운수 좋은 배우”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