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the Air]KBS2‘미녀들의 수다’ 100회 특집 녹화현장

  • 입력 2008년 10월 28일 02시 59분


26일 KBS2 ‘미녀들의 수다’ 100회 특집 녹화 현장에 모인 40명의 외국인 여성이 대본 연습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26일 KBS2 ‘미녀들의 수다’ 100회 특집 녹화 현장에 모인 40명의 외국인 여성이 대본 연습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이츠 소 핫(섹시한데)!” “사 페 트레 롱탕∼(오랜만이야).” “깍 딜라(잘 있었어)?” “나니(왜)?” “남자친구 있으면 어때.”

마이크가 켜지자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일본어 한국어 등 온갖 언어가 녹화 전의 스튜디오를 가득 메운다. 수다를 떠느라 정신없는 세계 각국의 ‘미녀’들에게 딱히 정해진 공용어는 없다.

2006년 11월 26일 시작한 KBS2 ‘미녀들의 수다’(미수다)가 11월 3일 100회를 맞는다.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별관 공개홀에서 열린 100회 특집 녹화 현장을 찾았다.

원년 멤버를 포함해 40명이 모인 이날 녹화장의 수다스러움은 대기실에서 오전 11시 시작된 대본 연습 때부터 예고됐다.

“캐서린! 저쪽 구석으로 가 있어.”(남희석)

브로닌(남아프리카공화국) 비앙카(미국)와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는 캐서린(뉴질랜드)을 MC 남희석이 떼어놓는다. 이날 처음 만나 금세 친해진 준코(일본)와 하이옌(베트남)은 베트남에서 방영된 일본 드라마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본 연습 중 졸고 있던 디아나(에콰도르)는 “말 많이 하는 사람 중심으로 연습하면 돼요”라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사전에 출연자들 경험을 인터뷰해 대본을 짜고 예행연습을 해도 녹화에 들어가면 또 엉뚱한 얘기를 할 걸요. 브로닌 보세요. 연습이 끝났지만 지금도 오늘 주제가 뭔지 몰라요.”(남희석)

아니나 다를까. ‘∼입니다’라는 말투로 유명한 마당발 브로닌은 가장 늦게 녹화장에 들어와서도 라리사(러시아)가 폴로 광고에 출연했다는 얘기 등을 나누며 수다를 떨었다.

오후 1시 녹화가 시작됐지만 현장의 산만함은 여전했다.

‘미수다’에 출연한 뒤 미국으로 갔다가 1년 만에 100회 특집에 복귀한 레슬리가 에바(일본계 영국인)를 보고 포옹하며 눈물을 보였다. 레슬리는 뉴욕 주에서 공부와 교회 일을 병행하고 있다. 레슬리와 에바는 1년여 전에 인도로 돌아간 모니카의 결혼식에 못 간 것을 아쉬워했다.

당사자인 모니카는 “남편과 행복하게 잘 살지만 미수다에서 사귄 친구들이 보고 싶어 6개월 동안 계속 울었다”며 “보다 못한 남편이 ‘나 버리고 한국에 가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준코는 “에바, 도미니크도 이쪽으로 와야 돼요. 여기가 (원년 멤버들이 앉는) 장로석이에요”라며 자리를 옮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잠시 녹화가 쉴 때도 ‘미녀들의 수다’는 멈추지 않았다. 터프한 캐릭터의 소피아(말레이시아)는 가져온 카메라로 이 사람 저 사람을 찍으며 혼자 놀고 은동령(중국)은 아비가일(파라과이)과 “너 정말 예쁘다”며 함께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날 녹화 현장은 영락없는 동창회 분위기. 5시간의 우여곡절 촬영 끝에 녹화를 마쳤다.

‘미수다’는 지금까지 43개국 출신 86명의 여성이 출연해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는 평을 받는다. 외국인 여성에 대한 한국인의 편견을 솔직히 지적한 발언으로 파문이 일기도 했다. 흐엉(베트남)은 “길거리에서 ‘베트남 여자랑 결혼하세요. 처녀 아니면 교환 가능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봤다”며 한국인의 잘못된 인식을 꼬집었다. 한국에서 강도를 당해 병원에 갔더니 성매매 여성이라며 못 들어가게 했다는 윈터(미국)의 사연과 대학원을 최우수로 졸업한 뒤 구직 인터뷰를 하러 갔더니 흑인은 안 된다며 돌려보냈다는 메자(에티오피아)의 이야기도 반향을 불렀다.

출연자가 20, 30대 백인 여성이나 동양권에 편중돼 있고 ‘미녀’들의 외모에 초점을 맞춰 연출한다는 비판도 있다. 자밀라(우즈베키스탄)가 출연했을 때 남성 출연자들의 관심이 집중돼 지적을 받은 적도 있다.

이기원 PD는 “이방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을 솔직히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출연자들의 국적과 직업군을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미수다’는 100회 특집으로 출연자들의 투표를 통해 ‘분위기 파악 못하는 출연자’ 등을 조사해 각각 1∼5위를 선정했다. 선정 이유는 11월 3일 방송에서 공개된다.

▽텃세가 심했던 출연자는?

1위-캐서린 2위-루 3위-도미니크 4위-아나이스 5위-준코

▽분위기 파악 못하는 출연자는?

1위-브로닌 2위-자밀라 3위-타티아 4위-라리사 5위-사유리

▽방송 후 가장 예뻐지거나 유명해진 출연자는?

1위-에바 2위-브로닌 3위-손요 4위-크리스티나 5위-허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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