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전문 커뮤니티 엠팍(mlbpark.com)은 커플이 됐다고 자랑을 늘어놓으면 회원들이 댓글을 통해 무한 ‘C.O.B’를 날린다. ‘COB’란 ‘Curse of Bullpen’의 약어로 불펜의 저주라는 뜻이다. 야구 커뮤니티다 보니 자유게시판 이름이 불펜이고, 커플이 됐다고 자랑하는 회원들에게 저주를 내린다는 것이다.
한 연예인 팬클럽 사이트는 소개팅 이후 커플이 될 것 같다는 소소한 일상 얘기에 “앞으로 소집해제까지 100일 남았습니다”는 댓글이 올라온다. 어렵게 커플부대에 전입했으나 100일 이후 헤어질 것 같다는 것을 군대의 소집해제로 비유한 것이다. 남의 행복을 절대 눈뜨고 지켜볼 수 없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커뮤니티 사이트들의 이러한 현상을 보면 솔로 부대원들의 힘은 가히 막강하다. 특히 매년 겨울이 다가오면 솔로 부대원들의 활동은 왕성(?)해진다. 커플부대로 전입하고자 하는 대원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그들의 이탈을 막고자 노력하는 ‘행동강령’도 따로 있다. ‘커플지옥 솔로천국’의 의미를 담은 이미지(사진 아래)는 아주 오래된 뒷북이지만 거의 유일하게 커뮤니티 사이트의 솔로 회원들이 허용하는 언제봐도 흐뭇한 이미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솔로 부대원들의 ‘분노’를 산 영화 포스터가 있어 시선을 끌고 있다. 다름아닌 영화 ‘순정만화’ 포스터(사진 위)다. 이 포스터에는 ‘올 겨울도 혼자 보낼건가요?’라고 쓰여있어 솔로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이런 포스터는 솔로 부대원들 사이에 자연스레 ‘삐라’로 낙인찍힌다.
안그래도 취업도 어렵고, 이번 겨울을 가장 추운 시기로 생각하고 있는 솔로 부대원을 자처하는 일부 누리꾼들은 “이건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우리모두 힘을 합쳐 흔들리지 말고 파이팅 합시다”고 외치고 있다. 이런 종류의 포스터는 그들만의 ‘국가보안법 위반’이 된다.
그렇기에 부대원들의 이탈을 막기위해 애쓰는 모습도 보인다. 솔로인 한 누리꾼은 “아무래도 이성친구가 생기면 자주 드나들던 커뮤니티 게시판에 소홀할 수 있으니 잦은 출석체크를 통해 부대원들의 사기를 높여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동석 웹캐스터 kim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