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로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연말 수백억 원대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자 긴축 경영을 서두르고 있다.
방송계에선 올해 KBS 900억 원, MBC 250억 원, SBS 100억 원대의 적자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10월 광고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0여억 원이 줄어든 1900여억 원이었다.
○ MBC 강도 높은 긴축
방송 3사 중 가장 강도 높게 긴축경영에 나선 곳은 MBC다.
엄기영 사장은 최근 사내 인터넷망을 통해 “9월 광고매출이 작년에 비해 80억 원, 10월 이후 석 달 동안의 광고매출은 작년보다 500억 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며 “외환위기 때보다 2배 이상 심각한 만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긴축을 호소했다.
MBC는 임원 연봉을 9월부터 10% 삭감했으며 창간보너스와 성과급, 월 40만∼50만 원인 차량운행 보조비를 지급하지 않는 방안을 내놓았다. 연월차 수당도 폐지하고 내년 휴가로 대체하도록 할 방침이다. 업무추진비도 30% 삭감하며 올해 사업 예산 중 현재 남은 금액의 절반을 무조건 거둬들일 예정이다.
MBC 관계자는 “임원 연봉은 2000만 원, 직원 연봉도 평균 1000만 원가량 줄어 연간 200억 원의 인건비가 절약되는 데다 다른 비용을 합해 모두 300억 원 가까이 절감될 것”이라며 “긴축 경영안을 노조와 협상 중인데 노조도 상당히 양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MBC는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강릉MBC는 지난달 17일까지 명퇴 신청을 받았으며 68명의 직원 중 19명(27%)이 신청했다. 대전MBC(16명) 춘천MBC(13명)도 명퇴 신청을 받았으며 안동과 마산MBC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SBS도 광고 수익이 제작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고비용 저수익’ 프로그램을 교체하고 해외 촬영 억제, 출연료 절감, 사전기획 강화를 통한 제작비 누수 방지를 시행해 250억 원의 제작비를 줄이기로 했다. 임원 보수 10% 반납, 식대 30% 감축, 해외연수 및 대학원 연수 중단 등으로 50억 원을 절약해 모두 300억 원의 예산을 줄일 계획이다. SBS 관계자는 “11월 광고 판매량이 40%대에 머무는 등 4분기에 450억 원의 광고 수입 감소가 예상돼 긴축경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KBS도 900억 원의 예상 적자를 줄이기 위해 섭외비와 업무추진비를 50% 이상 삭감하고 신규 인력 채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KBS는 조만간 임원 보수 삭감, 제작비 절감, 해외 출장 최소화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 ![]() |
○ 제작비 비싼 드라마부터 정리
지상파 3사들은 제작비 절감을 위해 이번 가을 개편에서 특정 시간대 드라마를 폐지하고 오락물로 대체했다. 드라마의 제작비가 오락물보다 훨씬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MBC는 8일 종영하는 주말드라마 ‘내 여자’를 끝으로 이 시간대에 오락물인 ‘명랑 히어로 두 번 살다’를 편성했다. KBS도 2TV에서 일일극 ‘돌아온 뚝배기’가 지난달 말 끝난 데 이어 이 시간대에 특집을 내보내고 있으며 17일부턴 뉴스를 편성한다. SBS는 금요일 오후에 편성했던 드라마 ‘신의 저울’이 지난달 종영되자 이 시간대에 ‘절친노트’와 ‘웃음을 찾는 사람들’을 옮겨 놨다.
MBC는 또 ‘생방송 화제집중’을 폐지하고 그 시간에 다른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KBS도 ‘아시아의 창’ 등 해외 촬영이 필요한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윤도현 정관용 손범수 씨 등 외부 MC를 내부 인력으로 교체해 제작비 및 출연료 절감을 서두르고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