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미녀들의 수다’, ‘우리 결혼했어요’,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의 공통점?
모두 파일럿 프로그램(Pilot program)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이었다.
파일럿 프로그램은 완성도나 시청자 반응을 파악하기 위해 만든 임시 프로그램. 주로 명절 연휴에 특집으로 편성된다. 큰 부담없이 새로운 포맷이나 제작 기법을 실험하고, 반응이 좋을 경우 정규 편성에도 반영하는 것이 특징.
최근 들어서는 정규 편성에 앞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일단 시청자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거의 관행화됐다.
SBS는 개편에 맞춰 4개 프로그램을 정규 편성했다. 연애 버라이어티쇼 ‘연애시대’, 스타들의 인간관계를 살펴보는 ‘절친노트’, 네 명의 남자 연예인이 초등학생 소녀의 육아에 도전하는 리얼리티쇼 ‘좋아서’, 우리말과 문화를 소재로 한 퀴즈쇼 ‘대한민국 국민고시’ 등이다. 이중 ‘연애시대’, ‘좋아서’, ‘절친노트’ 등은 추석 특집 프로그램으로 선을 보였던 것들이다.
MBC도 개편 때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 ‘나는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를 새로 편성했다.
파일럿 프로그램은 방송사들이 정기 개편 대신 부분 조정을 선호하면서 붐을 이루고 있다. 요즘 방송사들은 매년 봄과 가을, 대대적으로 프로그램 편성을 바꾸는 대신 수시로 시청률이 저조한 프로그램을 내리고, 대신 파일럿 프로그램 중에서 반응이 좋았던 것을 편성하는 부분 조정 방식을 택하고 있다.
파일럿 프로그램의 활성화가 시청률에 더욱 예민해진 방송사의 심리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봄, 가을 두 차례 있는 정기 개편에서는 최소한 6개월 정도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지만, 수시로 파일럿 프로그램을 신규로 대체하는 편성 스타일에서는 한 프로그램이 진득하게 평가받을 기회가 없다.
SBS 예능국 관계자는 “시청자들 입장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파일럿 프로그램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전략하는 것은 문제”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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