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를 풍미한 음악 재벌이자 ‘메가히트 메이커’의 몰락에 일본 전역은 경악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4일자 일본 스포츠 전문지는 일제히 고무로의 체포 소식을 1면에 대서특필했으며 일본 방송은 이날 오전부터 그의 연행 장면을 생중계하는 등 대대적인 소식을 전하고 있다.
고무로는 2006년 효고현에 거주하는 한 개인 투자자와 806곡에 달하는 자신의 음악 저작권을 매각하는 10억엔 상당의 계약을 체결한 뒤 5억엔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음악 저작권은 음반사 에이백스에 있는 상태로 이 계약은 거짓말로 이뤄진 것에 해당한다. 이 사실을 나중에 안 개인 투자자는 고무로 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현재까지 5억 엔을 돌려받지 못 했다. 투자자는 오사카지검에 고무로를 형사고발했으며 오사카지검 특수부는 4일 오전 오사카 내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던 고무로를 사기혐의로 연행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사건이 놀라운 이유는 5억엔이라는 엄청난 사기 액수 때문이 아니다.
아무로 나미에, TRF 등 수많은 스타와 히트곡을 만든 고무로는 일본 연예계 사상 가장 많은 돈을 번 인물로 통한다. 96년과 97년 연속으로 쟁쟁한 기업을 제치고 고액납세자 순위 4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돈을 많이 벌었다. 한 해에 세금으로만 10억엔 이상을 냈으며 2002년 글로브의 보컬 케이코와 재혼할 때 결혼식 비용으로만 5억엔을 펑펑 쓸 만큼 갑부 프로듀서였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음악을 미끼로 돈을 가로챘다는 사실은 자못 믿기 힘든 스토리다.
그러나 고무로는 2000년대 이후 별다른 히트곡을 만들지 못했고 사업에 실패해 거액의 빚을 지는가 하면 2002년 이혼한 전처 요시다 아사미에 대한 10억엔의 위자료도 지불하지 못하는 등 자금난에 시달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중장년층의 추억을 지배하고 있는 음악의 전도사가 하늘과 땅 차이의 인생역전을 보여주고 있는 것에 대해 4일 어느 일본 방송사의 인터뷰에 응한 한 팬은 “말도 안된다. 믿을 수 없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도쿄 | 조재원
스포츠전문지 연예기자로 활동하다 일본 대중문화에 빠져 일본 유학에 나섰다.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어떤 때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일본인들을 대중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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