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첫 싱글 ‘2008 네오 구피’ 발표

  • 입력 2008년 11월 5일 08시 04분


열두살 구피 ‘3단 변신’

1996년 데뷔한 구피는 ‘잘 나가던’ 댄스그룹이었다. 데뷔곡 ‘많이 많이’부터 ‘긴가 민가’ ‘비련’ ‘다 잘될거야’로 연속 히트를 쳤고, 2000년 발표한 ‘쇼크’는 전국의 클럽을 뒤흔들어놓았다. R.ef, 룰라, 쿨, DJ D.O.C와 함께 90년대 중후반 댄스그룹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2003년 발표한 5집이 큰 반응을 얻지 못하고 이후 활동이 뜸해지면서 서서히 잊혀져갔다. 최근 첫 싱글 ‘2008 네오 구피’로 돌아온 구피는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멤버를 바꾸고, 음악 스타일도 완전히 바꿨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여성 보컬의 영입. 6집까지 함께 했던 메인 보컬 이승광이 빠지고 노래와 랩에 모두 능한 신예 제이미(25·본명 김정현)가 합류했다. 힙합그룹으로 팀 색깔을 바꾸면서 여성 보컬을 영입하자는 박성호, 신동욱 두 멤버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제이미는 음악 프로듀서와 음반 제작사들 사이에선 꽤 실력이 알려진 유망주였다. 고교 때 가야금을 전공했던 제이미는 힙합과 솔(Soul)에 빠져 스무 살부터 본격적인 가수 준비를 했다.

“처음 제안을 받고 잠시 고민을 했어요. 함께 해서 구피의 음악색깔을 잘 낼 수 있을까, 누를 끼치는 건 아닐까 걱정했어요. 지금도 부담이 많아요. 하지만 12년 차 그룹의 위상이 다시 높아질 수 있도록 많은 기여를 하고 싶어요.”(제이미)

“제이미는 연습기간이 길어서 그런지 목소리가 안정됐어요. 호소력도 짙고. 랩과 보컬을 모두 다 훌륭히 소화해내는 게 무엇보다 좋아요.”(박성호)

구피는 제이미의 합류로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졌다. 래퍼를 맡았던 신동욱도 ‘싱어’로 변신했다. 무대에서 춤을 추지 않는 것도 신동욱에겐 참신한 변화다. 팀 동료 이승광은 보디빌더로 변신, 피트니스 관련 사업을 해 이번 앨범에 참여하지 못했다.

구피가 음악스타일을 힙합으로 바꾼 것은 롱런을 위한 선택이다. 이번 음반은 그래서 구피에게 터닝 포인트다.

“오래 활동하려면 변신이 필요했어요. 우리 모두 서른을 넘겼고…. 그래서 힙합으로 색깔을 바꿨죠. 앞으로 비주얼보다 오디오에 치중할 겁니다. 구피하면 밝은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이제 음악만큼은 무겁고 진지한 것을 할 겁니다.”(박성호)

올해로 데뷔 12년을 맞은 구피는 팀 역사에서 중요한 시기마다 음악시장의 환경은 과도기를 맞고 있었다.

구피가 데뷔하던 1996년은 음악매체가 LP에서 CD로 옮겨갈 때였고, 다시 제 2의 데뷔를 선언한 2008년은 CD에서 다시 mp3로 옮겨간 시기다. 아이들 그룹의 개념도 90년대 후반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요즘 아이들 그룹은 정말 잘 하는 것 같아요. 기획사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이 트렌드를 끌고 가죠. 당시에 패션을 창조하거나 곡을 직접 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런 점에서 빅뱅은 음악을 직접 만드니 분명 장수할 거예요.”(박성호)

구피에게 싱글 음반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과도기에서 능동적인 대처를 하지 못해 아쉬웠다는 구피는 이번엔 변화에 잘 적응하면서 가요계를 “휩쓸겠다”고 했다.

“앞으로 10년 간 음악생활을 즐겁게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12년을 했는데, 앞으로의 10년도 좋은 이미지로, 대중에게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박성호)

구피의 새 싱글에는 타이틀곡 ‘사랑은 없다’를 비롯해 ‘너를 위한 마지막 노래’ ‘터치’ 등 3곡이 수록됐다. 프로듀싱을 맡은 박성호는 “술기운 살짝 감돈 상태에서 만든 음악인데, 기분 좋게 술 한 잔 마시고 들으면 노래가 더 좋게 다가갈 것 같다”고 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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