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건축]‘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 콜론극장

  • 입력 2008년 11월 12일 03시 01분


영화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 중 클라이맥스의 배경이 된 콜론극장. 사진 제공 진진
영화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 중 클라이맥스의 배경이 된 콜론극장. 사진 제공 진진
노장, 세계 3대 극장에 서다

백발조차 성긴, 쭈글쭈글한 피부의 노(老)음악가 23명이 차분한 걸음으로 커다란 무대에 오릅니다.

“달콤 쌉싸래한 탱고…, 떠나버린 검은 머리 소녀와 지금은 사라진 정원을 떠올리게 하네….”

느릿한 걸음걸이와 대조적으로 힘차게 울려 퍼지는 반도네온과 바이올린 연주. 6일 개봉한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는 평생을 탱고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온 연주가들의 2007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합동 연주회를 기록한 영화입니다.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큰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몰입하는 노장들의 움직임에서는 저마다의 애틋한 사연이 언뜻언뜻 배어납니다. 영화는 클라이맥스 ‘콜론극장’의 개막 장면을 객석이 아닌 무대 쪽에서 비추며 연주자들의 벅찬 심정을 관객에게 전합니다.

연극 오페라 발레 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이 열리는 콜론극장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과 함께 세계 3대 극장의 하나로 꼽힙니다. 1889년 착공해 1908년 5월 25일 개관했습니다. 처음 설계를 맡았던 프란체스코 탐부리니와 비토리오 메아노, 후원자 안젤로 페라리가 잇달아 사망하는 곡절을 겪은 뒤 벨기에 건축가 훌리오 도르말에 의해 완성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 르네상스 스타일로 기획됐던 초기 설계안은 프랑스 바로크 스타일로 바뀌었죠. 개막작은 베르디의 ‘아이다’였습니다.

연면적이 3만7884m²에 이르는 이 극장의 객석은 2478개입니다. 입석을 합하면 3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습니다. 무대 너비와 깊이는 각각 20m가 넘습니다. 10층 높이의 내벽을 가득 채운 판화와 700여 개의 샹들리에는 낡은 외관에 실망하고 들어선 관광객을 경탄하게 만듭니다.

1층의 층고는 8.5m, 2층은 9.2m, 3층은 5m입니다. 풍성한 공간에 촘촘히 들어찬 객석은 무대 위 공연자에게 위압감을 줍니다.

영화 후반부, 연주회의 막이 오른 뒤 연주자들이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좌우 커다란 벽면에 빽빽이 자리 잡은 박스 객석들입니다.

첫 곡 ‘알 마에스트로 콘 노스탈히아(Al Maestro Con Nostalgia)’의 오케스트라 연주. 극장을 가득 채우는 선율에서는 공간의 박력에 휘말리지 않은 절제가 느껴집니다.

세계적 수준의 공연만 올리는 콜론극장 무대는 음악인에게 일생일대의 영광입니다. 영화 속에서 노연주가는 “여든둘이나 먹고 콜론극장에서 공연할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감개무량해합니다. 콜론극장의 품격을 완성하는 것은 프로답게 냉정한 그의 연주였습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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