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이 고강도 긴축정책을 펼치면서 쟁쟁한 스타들이 진행자 자리에서 잇따라 낙마하고 있다.
높은 출연료를 받는 외부 진행자 대신 아나운서와 같은 내부 인력으로 경비절감을 하는 것이 이제 당연한 것처럼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살벌한 상황에도 예외는 있다. 자타 인정하는 예능의 두 남자 스타에겐 제작비 절감, 외부 MC 퇴출 등이 모두 남의 이야기다.
강호동과 유재석. 방송을 넘어 연예계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투 톱’으로 인정받는 이들은 사상 유례없는 찬바람이 불어닥친 이번 가을 개편에서도 변치 않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고효율 저비용을 내세운 지상파 3사는 가을개편에 맞춰 경쟁력이 약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폐지 혹은 진행자 교체라는 강수를 띄웠다. ‘칼바람’이라 불리는 긴축정책을 펴면서도 방송사들은 강호동과 유재석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은 예외로 남겨뒀다.
현재 두 진행자가 맡은 지상파 3사 프로그램은 각각 4편. 강호동은 ‘무릎팍도사’(MBC), ‘1박 2일’(KBS 2TV), ‘예능선수촌’·‘스타킹’(SBS)을, 유재석은 ‘무한도전’·‘놀러와’(MBC), ‘해피투게더’(KBS 2TV), ‘패밀리가 떴다’(SBS)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 중 ‘무한도전’은 개편에 따라 방송 분량이 5분 늘었고 ‘놀러와’, ‘스타킹’은 재방송까지 신설돼 강호동과 유재석은 오히려 전보다 더 많이, 더 오래 시청자와 만나게 됐다.
두 사람 모두 방송 출연료 순위 최상위권에 올라 있는 ‘비싼’ 몸이다. 제작비 절감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이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부터 먼저 고려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방송사들이 두 사람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성역’처럼 남겨둔 것은 다른 이로 대체할 수 없는 그들의 능력 때문이다. 일선 PD들은 “방송사 내외를 막론하고 두 사람의 ‘따뜻한 리더십’을 대체할만한 사람이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1박 2일’을 연출하는 나영석 PD는 “강호동은 가족, 형제, 친구처럼 나머지 출연자를 다독여주는 맏형역”이라며 “이는 카메라가 돌아갈 때만 국한되지 않는다. 카메라 밖에서도 출연자와 제작진까지 아우르며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출연자와 제작진의 수를 합해 1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큰 촬영장에서 중구난방으로 흩어질 의견과 진행을 한 곳으로 잡아준다는 이야기다.
MBC 예능국의 한 PD는 “강호동과 유재석 리더십의 공통점은 강한 카리스마와 거리가 멀다”며 “오히려 따뜻한 정감이 흐른다”고 짚었다. MBC 예능국 안우정 국장 역시 “둘의 탁월한 진행능력은 제작진보다 시청자가 먼저 느끼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거부감이 들지 않는 점에서 두 진행자의 인기는 장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현실적으로 두 사람이 시청률에 미치는 영향도 방송사들이 이들을 잡을 수밖에 없는 주요 이유다.
실제로 시청률 조사기관 TNS미디어리서치를 통해 3일부터 9일까지 1주일간 예능프로그램 시청률을 살펴본 결과 ‘패밀리가 떴다’(29.6%), ‘해피투게더’(20.1%), ‘무한도전’(17.9%), ‘무릎팍도사’(15.2%) 등 두 사람이 진행한 프로그램은 고루 15%를 넘는 높은 기록을 나타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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