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무비] ‘중경’서 ‘이리’로… 상처입은 도시의 희망 릴레이

  • 입력 2008년 11월 12일 22시 21분


중국의 중경(충칭)과 한국의 익산. 한 곳은 인구 3000만 명의 세계 최대 규모 도시. 다른 한 곳은 인구 30만의 작은 소도시. 두 도시는 두 편의 영화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아무런 공통점도 연관성도 없었다.

‘중경’과 ‘이리’는 각각 재중동포감독 장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이다. 국적은 중국이지만 조선족인 장률 감독은 ‘망종’에서 중국에서 김치를 파는 조선족 여인의 아픔을 그려 국제무대에 반향을 일으켰었다.

‘중경’과 ‘이리’ 역시 두 여인의 이야기다. 중경에 사는 쑤이와 이리에 사는 진서는 국적도 나이도 직업도 모든 것이 다르다. 하지만 모두 상처가 있다.

‘중경’의 도시는 끝없이 팽창하는 거대한 괴물이다. 3000만이 뒤섞여 사는 이 도시는 쾌락과 욕망으로 뜨겁다. 홀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쑤이는 경찰서로 급히 뛰어간다. 성매매를 한 죄로 잡혀온 아버지는 딸보다 더 어린 매춘 여성과 나란히 서있다. 아버지를 풀어준 경찰에게 몸을 허락하는 쑤이. 그녀의 분노와 절망감은 거대한 도시만큼 끝없이 커진다.

30년 전 1000여명의 인명피해와 8000여명의 이재민을 낳은 대 폭발. 영화 속 작은 도시는 폭발과 함께 모든 것이 멈춰버린 것 같다. 30년 전 어머니 뱃속에서 사고를 겪은 진서는 조금 모자라다. 돈뿐 아니라 사람끼리 관계도 셈을 못하는 진서의 몸은 여기저기서 유린당한다. 잦은 임신중절로 몸이 만신창이가 됐지만 그래도 밝게 웃는다. 진서에게는 꿋꿋이 살겠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상처가 아물어가는 도시처럼.

다시 거대한 도시의 쑤이. 그녀의 직업은 중국어 강사다. 그녀에게 중국말을 배운 한국남자는 이리역 폭발사고로 모든 가족을 잃었다고 했다. 그리고 중경을 떠나 이름을 익산으로 바꾼 그 도시에 가보는 건 어떠냐는 제안을 한다. 처음 들어보는 도시 익산, 아니 이리는 그녀의 마음속에 깊이 남는다.

작은 도시의 진서는 중국어 학원 청소와 잡일을 하며 돈을 받는다. 무엇보다 어깨 너머로 중국말을 배울 수 있어서 행복해 죽겠다. 청소하다 이력서를 하나 봤다. 이름은 쑤이. 중국에서 새로 오는 선생님이란다. 진서는 쑤이 선생님이 오면 중국어로 자기소개를 하기위해 오늘도 열심히 중국말을 연습한다.

두 편의 다른 영화지만 ‘중경’과 ‘이리’는 이처럼 이어져있다. 그리고 희망이라는 종착역에서 함께 만난다.

‘중경’은 쑤이가 괴물처럼 거대한 도시를 떠나 상처가 있지만 희망도 있는 도시 이리로 떠나며 끝난다. 그리고 ‘이리’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리에 도착한 쑤이는 희망을 품고 사는 진서와 만난다. 상처가 있는 두 도시 중경과 이리는 그렇게 장률에 의해 하나가 됐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화보]영화 ‘이리’의 색깔있는 그녀 윤진서

[관련기사]이리역 폭발사고 기억하십니까, 영화 ‘이리’

[관련기사]영화 ‘이리’ 윤진서 “제가 스타가 되면… 독립영화 봐줄까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