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산악인 못다핀 꿈 영화로 부활

  • 입력 2008년 11월 15일 02시 58분


에베레스트 원정대 촬영 산악 다큐 ‘길’ 상영

세계 최고봉 히말라야 에베레스트(8850m) 등반을 담은 산악 다큐멘터리 ‘길’이 6일 극장에 걸렸다.

영화 ‘비트’(1997년) 조감독 출신인 김석우 감독이 지난해 초 박영석 대장의 에베레스트 남서벽 원정대의 등반 과정을 직접 카메라에 담았다.

다큐 영화 최초의 전국 동시 상영이라고 하지만 개봉 극장은 다 합쳐 10개. 화질은 조악하다. 하지만 작품은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원정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지난해는 한국 산악계에 의미 있는 해였다. 고 고상돈 씨가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오른 지 30년 되는 해였다.

에베레스트 신루트 개척은 30년 만에 한국 산악계에 또 하나의 기념비를 세우는 일일 터였다. 오래 공들인 루트 개척이 막바지에 이르고 마침내 5월 16일 새벽 이현조, 오희준 두 대원이 해발 7700m의 캠프4에서 정상 공격을 준비한다. 하지만 곧 눈사태가 텐트를 덮친다. 눈물, 콧물을 쏟으며 무전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박 대장의 모습은 짠하다.

두 대원의 시신 수습과 화장 장면은 관객이 감정이입할 사이도 없을 만큼 짧게 편집됐다. 영화는 두 대원의 급작스러운 죽음처럼 그렇게 서두르듯 끝난다.

“끝이 너무 황망하다”는 말에 김 감독은 “두 사람의 죽음을 접한 당시 베이스캠프의 분위기가 그랬다”고 말했다.

박 대장은 또 내년 봄 다시 가겠단다. 영화는 끝났지만 한편으론 끝나지 않았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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