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봉 히말라야 에베레스트(8850m) 등반을 담은 산악 다큐멘터리 ‘길’이 6일 극장에 걸렸다.
영화 ‘비트’(1997년) 조감독 출신인 김석우 감독이 지난해 초 박영석 대장의 에베레스트 남서벽 원정대의 등반 과정을 직접 카메라에 담았다.
다큐 영화 최초의 전국 동시 상영이라고 하지만 개봉 극장은 다 합쳐 10개. 화질은 조악하다. 하지만 작품은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원정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지난해는 한국 산악계에 의미 있는 해였다. 고 고상돈 씨가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오른 지 30년 되는 해였다.
에베레스트 신루트 개척은 30년 만에 한국 산악계에 또 하나의 기념비를 세우는 일일 터였다. 오래 공들인 루트 개척이 막바지에 이르고 마침내 5월 16일 새벽 이현조, 오희준 두 대원이 해발 7700m의 캠프4에서 정상 공격을 준비한다. 하지만 곧 눈사태가 텐트를 덮친다. 눈물, 콧물을 쏟으며 무전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박 대장의 모습은 짠하다.
두 대원의 시신 수습과 화장 장면은 관객이 감정이입할 사이도 없을 만큼 짧게 편집됐다. 영화는 두 대원의 급작스러운 죽음처럼 그렇게 서두르듯 끝난다.
“끝이 너무 황망하다”는 말에 김 감독은 “두 사람의 죽음을 접한 당시 베이스캠프의 분위기가 그랬다”고 말했다.
박 대장은 또 내년 봄 다시 가겠단다. 영화는 끝났지만 한편으론 끝나지 않았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