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도 하고 드라마도 할 수 있었지만, 빠르고 편한 길을 포기하고 선택한 저예산 영화는 이 젊은 연기자의 앞날에 더 큰 기대를 갖게 했다.
선배 천호진과 출생의 비밀이 있는 부자지간을 연기한 ‘좋지 아니한가’는 유아인(사진)의 이름을 더 주목하게 했다. 그 이후에 택한 드라마 ‘최강칠우’와 영화 ‘앤티크’는 대중적인 스타로 그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작품이다. 특히 13일 개봉한 ‘앤티크’에서 유아인은 은퇴한 복싱선수 출신 파티쉐 견습생으로 주지훈, 김재욱과 호흡을 맞춰 신선한 웃음과 재미를 줬다.
권투천재지만 경기에 나가 계속 눈에 충격을 받으면 실명이 되는 망막박리는 어쩔 수 없는 은퇴를 선택하게 했다. 망막박리 때문에 포기한 권투의 열정을 케이크에 쏟는 기범 역할.
여기까지는 유아인(22)의 이야기다. 하지만 2년여 만에 다시 만난 유아인은 본명 엄홍식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학교에 나가지 않은지 이미 오래. 유아인은 지금은 연기자 유아인보다 엄홍식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해(그는 아역배우 시절 홀로 상경해 연기생활을 하다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봤다) 대학은 정 붙이고 다니고 싶었는데, 맘처럼 쉽지 않았어요”
권투를 하지 못해 상처가 가득한 ‘앤티크’ 기범 같은 거친 반항기다. “기범은 정이 많이 가요. 나이도 성격도 비슷하고. 전작들이 많이 힘든 역할이었는데 오랜만에 좋은 형들과 즐거운 분위기에서 촬영했어요”
더 이상 미소년은 없었다. 훌쩍 큰 이 청년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걸까?
“연기 열심히 하고 많은 작품에서 경험을 쌓아야 연기자로 더 큰 자유를 부여받을 수 있잖아요. 잘 알지만 힘들어요. 평소 생활이요? 그렇게 건전하지는 않아요(웃음). 많이 놀러 다니고 지금 얻을 수 있는 경험을 나름대로 쌓고 있어요”
그럼 엄홍식이 만약 계속 유아인으로 연기를 하면 할수록 눈이 멀면 어떤 선택을 할까?
“와. 그건 한번도 생각 못해봤는데. 정말 최선을 다해서 딱 한 편 하고 은퇴해야죠. 하하하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 같아요. ‘반올림’때 인기 많았어요. 하지만 정말 물거품처럼 사라지더라고요. 이상하게 인기는 사라졌는데 제약은 남았어요. 개인적인 취향대로 살 수 없고 제동도 걸리고 또 그것 때문에 비난을 받아요. 아직은 배우 유아인보다 엄홍식이 앞서기 때문일까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그는 “지금의 고민이 나중에 큰 재산이 될 것 같다”는 대답을 하며 돌아섰다. 평탄한 길을 애써 외면한 이 젊은 연기자의 앞날은 어떤 모습일까?
이경호 기자rush@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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