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톱스타 3명이 안방극장 ‘여장부’ 자리를 놓고 피할 수 없는 경쟁을 선언했다. 강단 있고 당찬 캐릭터를 택하고 변신에 나선 주인공은 고현정 채시라 정려원. 약속이나 한 듯 차기작으로 나란히 사극을 택해 내년 안방극장에서 정면 격돌한다.
일찌감치 KBS 2TV ‘천추태후’ 촬영을 시작한 채시라를 비롯해 고현정은 내년 5월 방영 예정인 MBC ‘선덕여왕’, 정려원은 내년 초 방송하는 SBS ‘자명고’에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여자라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세련된 외모와 깊이 있는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비슷한 시기, 한꺼번에 사극의 여주인공으로 나서기는 처음이다. 더구나 3명 모두 캐릭터가 여리고 다소곳한 인물이 아닌 말을 타고 활을 쏘며 남자들을 호령는 여장부들이다.
하지만 자세히 비교하면 같은 여걸이라고 해도 3명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다. ‘3인3색’이라고 할까. 고현정이 미색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요부’라면, 채시라는 ‘잔다르크’, 정려원은 ‘여자 007’이다.
고현정은 혼란기 신라가 배경인 ‘선덕여왕’(극본 김영현·연출 박홍균)의 미실역에 사실상 내정됐다. 제작진은 내년 5월 방영을 목표로 현재 출연료 등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중이다.
고현정은 오래전부터 적극적으로 출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실은 여려 명의 왕과 왕자에게 몸을 바친 후궁 출신으로 뛰어난 미모와 술수, 정치감각으로 왕의 교체에도 직접 나서는 선덕여왕의 최대 적이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늘 화제를 모으는 고현정의 첫 사극인데다 파격적인 요부역할이라 더욱 관심이 높다.
채시라는 내년 1월 방송하는 ‘천추태후’(극본 손영목·연출 신창석)를 통해 ‘철의 여인’이라고도 불린 강력한 여제를 선보인다. 고려판 잔다르크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황후의 모습은 우리 사극에서 자주 만나기 어려웠던 장면. 채시라는 부상을 무릅쓰고 액션 연기까지 소화하며 여장부다운 면모를 과시한다. 무술지도를 맡은 정두홍 감독은 그녀를 ‘여자 주몽’에 비유하며 “너무 독하고 집중력이 무서워 ‘채장군’으로 부른다”고 귀띔했다.
한편 정려원 주연의 ‘자명고’(극본 정성희·연출 이명우)는 여성 무협사극이다. 정려원은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첩보전까지 마다지 않는다.
고현정, 채시라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소화하는 액션 수위는 가장 높다. 내용상 쿵푸, 기예 등 고난도 무술을 연기해야할 정려원은 촬영을 앞두고 액션 연기의 기본인 승마 연습부터 돌입했다.
정려원 측은 “무협사극인 만큼 승마 연습을 시작으로 다양한 액션을 익힐 계획”이라며 “지금까지 청순한 역할을 주로 했지만 ‘자명고’를 통해 여장부로서의 면모를 과시한다”며 기대를 걸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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