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고정 이미지 깨기 위해 사극 선택… ”

  • 입력 2008년 12월 2일 02시 51분


3일 개봉 ‘1724 기방난동사건’ 주연 이정재

“글쎄요. 요즘 영화시장이 매우 힘들잖아요.”

3일 개봉되는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에 출연한 이정재(35)는 인터뷰 내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시사 후 평단과 언론에서 대체로 ‘흥미로운 퓨전 사극’이라는 호의적인 평가를 보였지만 “고마운 말들이지만 아직 개봉 전이라 (반응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가 맡은 천둥은 서울 마포 거리에서 알아주는 주먹패다. 우연히 거대 조직인 양주골의 두목 짝귀를 누르고 조직의 두목이 된 그는 연정을 품어온 기녀 설지(김옥빈)를 두고 조선 주먹계를 휘어잡는 조직 명월향의 두목 만득(김석훈)과 한판 대결을 벌인다.

“캐릭터 고민을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있는데 그림이 그려졌어요. ‘천둥’의 모습이 딱 보이더라고요. 바로 하자고 했죠.”

이정재는 경박한 천둥벌거숭이에서 진지한 우두머리로 성장하는 과정을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모델처럼 능숙하게 연기했다. 극중 만득 패거리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울먹이며 나락으로 떨어진 패배자의 모습에서는 카리스마가 넘치거나 세련된 이정재와는 다른 모습으로 비친다.

그에게 “학창 시절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은 아니냐”고 묻자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맞고 다니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답하며 웃었다.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포인트 중 하나는 여균동 감독과 이정재의 대결 장면. 여 감독은 양주골 두목 짝귀 역을 맡아 영화 초반에 천둥과 주먹 대결을 벌인 뒤 웃는 모습으로 기절한다.

“본인이 연출을 하시니까, 연기한 뒤 바로 ‘오케이’ 하시더라고요. 제가 다시 촬영하자니까 ‘이 정도면 된다’고 하던데요.”

천둥은 설지에 반해 모든 것을 던지는 막무가내 스타일이다. 설지를 보기 위해 경비가 삼엄한 상대파의 본거지인 명월향에 단신으로 들어가 이방 저방 다니며 소동을 피우고 설지를 뒤쫓다 자신의 조직을 잃는 위기를 겪기도 한다. 실제 성격은 어떤지 묻자 그는 “원래 나도 그렇다. 여자 친구랑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 출연을 안 한 작품도 많다”고 답했다.

그는 이제 데뷔한 지 11년 된 배우다. 그는 드라마 ‘모래시계’의 과묵한 보디가드 재희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만 해도 몸도 좋고 스타일도 좋아 말없이 서 있기만 해도 넘어갈 수 있었지만 30대 중반에 다다른 이제는 다르다는 그는 고민이 많다.

“솔직히 ‘이정재’ 하면 이런 역할만 어울린다는 고정관념이 있잖아요. 이런 것들을 바꾸려는 노력이 계속 필요하죠. 이번 작품도 그런 이유로 출연했고요.”

그는 12월에 연극 ‘햄릿’에 오른다. 동국대 출신 연기자들과 함께하는 이 작품은 연극에의 첫 도전이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더 미루면 이제 평생 못하겠다 싶어서 결정했어요. 연기요? 어렵죠. 죽을 때까지 배워야죠.”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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