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유혹’ 김서형 “처음 맡은 악역…욕이란 욕은 다먹죠”

  • 입력 2008년 12월 2일 07시 54분


연기자 김서형이 안방극장에서 주부 시청자들로부터 욕이란 욕(?)을 다 듣고 있다.

김서형은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극본 김순옥ㆍ연출 오세강)에서 친구 은재(장서희)의 가정을 파탄내고, 남편까지 빼앗아 결혼까지 하는 역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과 공포영화 ‘검은 집’, 드라마 ‘연인이여’ 등에서 늘 개성 강하고 ‘쿨’한 연기를 선보였다면, 이번에 처음으로 표독스러울 정도의 악역을 맡았다.

“악역은 정말 처음이에요. 확실히 나쁜 쪽으로 주저없이 질러야 하는 캐릭터죠. 가볍지 않은 역이다보니 촬영하고 3주간은 고생을 많이 했어요. 지르는 장면이 많다보니 한 장면을 끝내고 나면 온몸이 녹초가 될 정도로 축축 쳐졌으니까요.”

과연 자신이 잘 하고 있나 의심스러워서 드라마 홈페이지의 시청자 게시판에 찾아가 반응을 살펴본다는 김서형은 “욕을 많이 하시는 것 보니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은 놓이더라고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녀는 ‘파리의 연인’에서 박신양과 이혼한 전 부인 역으로 차분하고 지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연인이여’에서는 결혼하고도 이웃집 남자가 된 옛 애인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역을 맡아 ‘도발적인 여자’, ‘나쁜 여자’의 이미지도 안고 있었다.

“드라마를 끝내고 나니 비슷한 역할만 출연 제의가 오는 거에요. 더 이상 강하고 센 역을 맡기 싫었어요. 그래서 도망을 다니기도 했죠. 계속해서 그런 역만 맡다보니 체력적인 소모도 커서 몸도 망가졌고,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그렇다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만도 없잖아요. 대중이 제게 원하는 이미지가 있는데 저 혼자 청순한 역을 하고 싶다고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김서형은 그런 생각들로 2년 넘게 마음고생을 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사람, 일에 대한 회의 등으로 우울증까지 찾아왔죠. 모든 것을 잊고 1년 넘게 여행을 다니면서 ‘난 강하다’는 마음으로 다시 생각을 고쳐 잡았어요.”

힘든 시기에 자신을 위로해준 사람은 바로 남자친구다. 5년 동안 그녀의 옆에서 묵묵히 지켜주고 든든한 조력자가 된 연하의 남자친구.

“나이는 저보다 어리지만 생각하는 것은 한참 어른이에요. ‘우리 결혼했어요’의 황보와 김현중이 6살 차인가요? 하하. 우린 더 많아요. 저는 제 자신을 힘들게 하고 괴롭히는 성격인데 어느 순간 제 자신에게 부드러워지기 시작했죠. 그 친구 덕분에 성격도 차분해지고 많이 바뀌었어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문자메시지로 응원을 해주는 편이죠. 제가 나이만 많이 먹었지, 친구는 저에게 친구 같고 스승 같은 존재거든요.”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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