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원이 미니앨범 ‘지-코드(G-Code)’를 발표하고 본업으로 돌아왔다. 요즘 그는 원래 ‘가수’라는 사실을 깜빡 잊을 만큼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노래 부르는 지원이를 보여주고 싶다”며 당연하듯, 무심하게 말을 잇는 진짜 가수이기도 하다.
은지원은 늘 낙천적이다. 고생 한 번 안 해본 듯, 철없어 보이는 낙천적인 행동이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그 뒤에는 3년 동안 쉬면서 복귀가 불가능할 뻔 했던 알려지지 않은 상처도 숨어 있다.
늘 초연한 듯 사는 은지원은 “12년을 연예계 바닥에 있다보니 이제 웬만한 걸로는 상처 안 받는다”며 여유를 부렸다.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의 ‘은초딩’이 아닌, ‘지금은 가수 은지원’이라고 외치는 그와 만났다.
○1년 만에 본업으로 복귀한 소감은.
“앨범 만드는 건 좋다. 그런데 방송에서 노래하는 건 재미없다. 음악프로그램에서 주어지는 시간은 불과 3분이지 않나. 대학 축제 같은 무대에 서는 게 더 좋다.”
○왜 그런가.
“설렘이 예전보다 덜 한 것 같다. 음악 작업은 재미있는데 막상 방송에서 노래를 하려고 하면 뻘쭘하다고 할까. 무대 위에서 내 모습은 설정이다. 멋있게 보여야 하고 내가 기분이 안 좋더라도 신나게 해야 한다. 그게 좀 그렇다.”
○어릴 때부터 무대 위에 너무 많이 올라서 그런가.
“내가 자주 얘기하지 않나. 나는 조기교육의 대표적인 실패 케이스라고.(웃음). 과외를 어렸을 때 너무 많이 하다보면 공부에 질린 듯한 그런 느낌이다.”
○예능 은지원이 가수 은지원보다 더 알려진 거에 대한 생각은.
“아무래도 가수 솔로로 활동할 때보다 예능으로 은지원을 많이 알아봐준다. 그게 현실인 걸 누구 탓을 하겠나.”
○처음에는 주변에서 힙합가수로 인정받기 어려웠다고 하던데. 지금은 어떤가.
“인정까지 해주겠나. 그냥 잘 하고 있다고 얘기해준다. 계속 얼굴 비추니까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은 그 정도 위치인 것 같다.”
○힙합가수로 인정받기까지 얼마나 걸렸나.
“인정, 칭찬 이런 건 잘 모르겠고 스스로 힙합음악을 한다고 느끼는데 3년이 걸렸다.”
○다른 장르를 선택하려고 생각하지 않았나.
“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았다. 랩밖에 없었다. 해체하고 나서 댄스 음악을 잠깐 했다. 근데 그건 아닌 것 같아 두 달 만에 활동을 접었다. 2집 때 확 힙합으로 장르를 바꾸는 건 억지 같더라. 조금씩 하고 싶은 음악을 시작했고, 4집부터 내 의견이 들어갔다.”
○작곡 공부를 많이 하나.
“공부를 하기보다 음악을 많이 듣다보면 하나씩 나온다. 트랙을 듣다가 멜로디를 흥얼거리면 곡이 완성된다. 문제는 그게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거다.(웃음) 이번 앨범에 수록된 ‘너 하나도’도 트랙은 2년 전 거다.”
○해보고 싶은 음악이 있나.
“요즘 ‘뽕’ 라인이 확 온다. 젊었을 때만 해도 트로트는 없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유일하게 살아남을 장르가 트로트일 것 같다. 그 멜로디가 이해된다. 요즘 이무송 씨의 ‘사는 게 뭔지’에 꽂혔다. 이 노래를 리메이크하고 싶었다. 언젠간 할 거다.”
○전에 비해서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예전에는 까다로운, 날카로운 느낌이 강했다.
“젝키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아마 방송 탓인 것 같다.”
○자유로운 느낌이기도 하다.
“누구나 그러고 싶은 거 싶은 것 같다. 못 하는 거지.”
○다들 하고 싶지만 쉽사리 못 하지 않나.
“예전에 방송도 많이 해보고, 하기 싫은 것도 어쩔 수 없는 하면서 이렇게 된 것 같다.”
○예능에서의 모습은 진짜인가.
“난 어느 연예인이든 버라이어티에서 보이는 모습이 진짜라고 생각한다. 이수영도 ‘발라드 여왕’이라고 하지만 걔가 그런 애가 아니다. 무대 위 이효리는 해외에다 내놔도 손색없는 스타라는 느낌이지 않나.”
○이경규, 김구라, 강호동, 유재석 쟁쟁한 사람들과 다 친하다. 친화력이 좋은 것 같다.
“사실 낯가림이 되게 심하다. 편안해 보이는 건 그 사람들을 10년 동안 봐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낯선 사람들이 하는 프로그램에 나가면 말 한 마디를 못 한다.”
○의외다. 그럼 예능프로그램에서 살아남기 어렵지 않나.
“흔히 말하는 ‘라인’이라는 게 웃자고 하는 게 아니다. 예전에는 친분이 없어도 젝키니까 H.O.T니까 시청률이 올랐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친분이 있어야 방송에서 한마디라도 더 할 수 있다. 내가 만약 신인이었다면 지금의 은지원은 없었을 거다.”
○늘 힘든 게 없어보였는데 의외다.
“나도 기복이 심했다. 엎어진 것도 많았고, 복귀가 안 될 수도 있었다. 1∼2집은 망했다. 그래도 난 불쌍해 보이는 게 싫다. 평소에도 힘든 티를 안 낸다.”
○가수 은지원의 목표는 뭔가.
“인기에 대한 집착이 없다. 난 누구를 잡으러 가는 게 좋지. 쫓기는 기분이 너무 싫다. 1등보다는 1등을 목표로 뛰고 싶다. 또 주변에 늘 있는, 꾸준히 사랑 받는 가수로 남고 싶다.”
○의지가 곧고 강한 스타일 같다.
“힘줄 때는 세지는 것 같다. 이 바닥에 10년 되면 웬만한 거에 상처도 안 받고 무뎌진다. 악플을 봐도 쓴 애가 이해된다. 오죽 할 게 없으면 그러겠나 싶다. 아무렇지도 않다.”
○은지원은 머리가 좋은 것 같다.
“맞다. 그건 인정! 근데 주변에서 인정을 안 해준다.”
홍재현 기자 hong@donga.com
사진제공|C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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