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거짓말’ 박진희 “달콤한 거짓말? 애인 있는데 없다고 말한거죠” 

  • 입력 2008년 12월 6일 07시 34분


‘데뷔 10년째. 그리고 10번째 영화.’ 박진희가 로맨틱 코미디 ‘달콤한 거짓말’과 함께 1년여 만에 돌아왔다. 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 ‘쩐의 전쟁’. 그리고 영화 ‘만남의 광장’부터 ‘궁녀’까지 연이은 성공을 거두며 배우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그녀다.

이런 박진희가 이번에 선택한 ‘달콤한 거짓말’은 그동안 출연한 9편의 영화 중 절반을 차지하는 장르 로맨틱 코미디다. 데뷔작은 공포영화 ‘여고괴담’이지만 특유의 밝은 성격은 로맨틱 코미디와 잘 어울렸다. 이번 영화에선 슬랩스틱 코미디까지 선보이며 많은 웃음을 담았다.

#항상 밝은 그녀 “맘에 걸리는 거짓말은 애인 있는데 없다고 한 것”

서울 삼청동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진희는 대뜸 “어떻게 지냈어요?”라며 먼저 안부부터 물었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느낌은 뒤로 미루고 한참동안 소소한 얘기를 나눴다. 항상 상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이런 밝은 성격은 이미 단 몇 시간 만에 카페 주인 아주머니와도 친해져 있었다.

이것저것 챙겨주는 주인 아주머니가 자리를 떠난 후 먼저 영화 제목 때문에 박진희가 최근 가장 많이 들었을 것 같은 질문을 던졌다.

“지금까지 한 거짓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박진희는 당황했다. “맞아요. 그 질문을 가장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왜 당황을? “거짓말을 묻는 질문이니까 가장 솔직하게 답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거짓말이 어떤 거였는지 안 떠올라요. 솔직히 거짓말 많이 했어요. 거짓말 때문에 또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을 잊어먹고 있다가 굉장히 당황스러운 적도 있었는데 그 내용이 생각 안나요. 어쩌죠?”

박진희는 그래서 지금까지 그 질문에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해 미안했다고 한다.

별로 큰 거짓말이 아니라서 기억에서 사라졌으리라. 크게 개의치 않고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하지만 박진희는 대답을 하면서도 한 쪽으로는 그 잊혀진 거짓말을 계속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 10여분 후. 그녀는 “하하하! 맞다! 생각났어요!”를 외치며 테이블을 두 손으로 내리쳤다. 그리고는 넘치는 미소로 “사귀는 사람 있어요? 애인 있어요? 라는 질문을 받고 ‘없는데요!’, ‘빨리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거짓으로 답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몇 년 뒤 TV오락프로그램에서 없다고 거짓말 했던 시기에 사귀던 사람과 추억을 저도 모르게 말한 적이 있어요.”

역시 연예인 같지 않은 연예인이다. 이런 고백을 하다니! “제 스스로 말해놓고 참 민망했어요. 분명히 없다고 했었는데 나중에 한 입으로 두 말 했잖아요.” 얼굴색까지 붉어지려는 그녀를 보며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지금은 애인 있어요?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박진희는 다시 환한 미소를 되찾았다.

“없어요. 꽤 됐어요. 마음에 사랑이 많아서 함께 나눠도 모자라지 않는 사람을 빨리 만났으면 좋겠어요.”

#“오늘 하루 행복하게 살자는 신조, 그러다 보니 계획없이 산다.”

‘달콤한 거짓말’은 여주인공이 우연히 10년 만에 만난 첫사랑을 잡기 위해 기억상실증에 걸린척한 작은 거짓말에서 출발한다. 거짓말은 겉잡을 수 없이 점점 커진다. 심지어 기억상실증에 걸린 그녀 앞에 많은 사람들은 또 다른 거짓을 쏟아낸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기억상실증이 진부하다는 말도 들었는데 사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하는 영화는 국내 최초에요.(웃음) 전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해요. 사랑에 대한 판타지도 좋아하고 가슴 설레는 사랑이 현실로 만들어지는 그런 상황이 떨리고 재미있어요. 하지만 절대 유치한 코미디영화는 만들지 말자고 감독님, 동료 배우들과 다짐했어요. 그래서 스스로 사실성과 과장된 연기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많이 했습니다. 좋은 경험이었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박진희는 특히 데뷔 후 거의 처음으로 연하의 미남 배우와 호흡을 맞췄다며 웃었다. “제가 솔직히 한 덩치해요. 그런데 이기우씨가 190cm, 조한선씨가 187cm로 정말 커요. 그 옆에 서니까 제가 호리해보이기도 하고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요.”

계절에 딱 어울리는 로맨틱코미디. 따뜻한 웃음이 박진희의 밝은 성격과 잘 어울린다. 하지만 성격 좋은 사람이 상처받기도 쉽다고 하던데.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영화 속 주인공도 방송국 조기종영 전문 작가지만 늘 밝아요. ‘그래 오늘 내가 소주 한 잔을 먹지만 언젠가는 꼭 폭탄주 마실 날이 올 거야’ 뭐 이런 마음이라고 할까요(웃음). 제가 꼭 하고 싶은 작품이 있었는데 다른 배우가 하게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리고 더구나 그 작품이 인기폭발인 경우 아주 잠깐 속상하기도 해요. 하지만 곧 내가 했으면 망했을 수도 있잖아, 잘 돼서 좋겠다. 이러면서 잊어 버려요.”

박진희는 항상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살자’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그 덕분에 “구체적인 계획 없이 산다”고 웃었지만 그만큼 하루를 소중해하는 행복이 넘친다. 영화제목은 ‘달콤한 거짓말’이지만 정말 달콤한 인생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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