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MBC ‘천하일색 박정금’의 선머슴 여형사나,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던 SBS ‘내 남자의 여자’의 현모양처는 찾아볼 수 없다.
배종옥은 “변신이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외모와 연기력을 갖춘 패셔니스타 윤영을 위해 “죽도록 운동했다”고 털어놨다.
필라테스, 헬스, 걷기 운동에 2/3로 줄인 식사. 수 십 차례 옷을 바꿔 입고 화장도 고쳤다. 톱스타 윤영은 카리스마 속에 속정을 감춘 여자다. 데뷔 23년 베테랑 배우이자 중학생 딸을 둔 엄마인 그녀와 겹치는 듯 하다. 배종옥이 사는 ‘현실’과 윤영이 사는 ‘세상’은 얼마나 닮고 얼마나 다를까.
배우 배종옥 vs 배우 윤영
- 윤영과 배종옥, 닮은 점과 다른 점은?
“큰 선글라스와 붉은 목도리와 모자는 내가 평소 기분전환할 때 입고 쓰는 것들이다.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남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 점은 닮았다. 하지만 윤영처럼 자유분방한 사고는 아니다.”
- 윤영은 김민철(김갑수 분)의 순애보적인 사랑을 받는 도도한 여자다. 배종옥은?
“현실이 드라마 같지 않지 않나. 누가 애정을 구해도 내가 싫으면 문제가 된다. 가끔 ‘죽을 때까지 혼자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미래 일이니까 운명에 맡기고 싶다. 예전엔 만날 기회가 있어도 시간이 없었다. 일부러 피하는 줄 아는 사람도 있더라.”
- 배우가 배우를 연기하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대중에게 함부로 할 수 없는 말을 할 때 통쾌하다. ‘우리가 얼굴 팔려서 조용히 넘어가니까 사람들이 우습게 알어’ 등의 직설적인 대사는 시원하다.”
-윤영은 선배 배우들과 사적인 자리를 자주 만드는데.
“윤여정 선배와는 실제로 와인을 마시며 수다 떠는 사이다. 박성미, 윤유선, 김호진 등과도 친하다.”
- PD가 배우에게 보복성 NG를 주는것은 가능한 일인가.
“비슷한 경험이 있다. 제 연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후 그분과 일하지 않았다.”
-모친상당한 윤영은 연기를 마무리하고 빈소로 갔다.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귀국하는 딸을 데리러가지 못하는 일은 자주 있다. 딸도 엄마의 일을 이해한다.”
- 이서우 작가와 윤영의 우정, 노희경 작가와 배종옥의 모습인가?
“비슷한 부분도 있다. 노작가가 설명하면 난 질문을 한다. 작품에 끌리면 ‘내가 그역에 괜찮으면 하고, 아님 다른 배우 해’라고 말하기도 한다.”
- 노희경의 진정한 페르소나는 배종옥 아닌가?
“많은 설명 없어도 서로 이해가 빠르고, 시각이 비슷하다.
노작가는 사건보다 인간 내면을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표현한다. 난 그가 만드는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 좋다.”
- 2000년 ‘바보같은 사랑’과 2009년 ‘그사세’를 비교한다면?
“‘바보같은 사랑’에 비해 ‘그사세’는 볼거리가 많다. 톱스타도 있고 노 작가도 발랄해졌다. 그때는 내가 주연이었고, 시청률이 안 나오면서 온갖 지탄을 받았다. 시청률은 낮았지만 작품성은 평가 받았다. 둘중 하나라도 인정받으면 괜찮다. 둘 다 아니면 문제가 있다.”
- 선배 배종옥이 보는 송혜교, 현빈은 어떤가?
“좋은 작품을 만났다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이 예쁘다. 특히 혜교는 연기에 욕심 있는 배우다. 연극에 도전하길 권한다.”
- 여배우로서의 위기, 배종옥에게도 있었나?
“여배우에게 위기는 30대다. 나이 때문에 예쁘지 않은 역할을 할 때 고통스럽다. 그 시기를 버틸 힘은 연기력 뿐이다. 사람들이 많이 봐주지 않았던 ‘거짓말’, ‘바보 같은 사랑’ 등의 작품으로 성숙해질 수 있었다. 그때 인기만을 지향했다면 오늘의 내가 없을 것이다.”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tolim@donga.com
장소=디어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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