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원 “때론 연기가 참 잔인한 것 같아요”(인터뷰)

  • 입력 2008년 12월 10일 07시 50분


“피부 톤도 낮추고 연기 톤도 낮췄죠.”

‘소문난 칠공주’ 속 통통 튀는 철부지 미칠이는 어디 갔을까. KBS 2TV ‘바람의 나라’에서 비련의 연공주 역을 맡은 최정원(27)이 한층 차분해지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다른 출연자에 비해 유난히 하얀 피부 때문에 얼굴을 어두운 톤의 화장으로 가리고 출연중인 그녀는 “피부톤 뿐 아니라 연기톤도 낮추고 있다”고 웃었다.

카메라 앞에서는 늘 밝고 쾌활한 모습만 보여줄 것으로 여겼던 그녀가 ‘바람의 나라’에 캐스팅됐을 때 일부에서 우려했던 것은 과연 ‘연공주’란 인물이 지닌 짙은 슬픔을 잘 그려낼 수 있을까였다.

아직 드라마가 종착점에 다다른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그녀가 보여준 모습을 보면 이런 걱정은 기우였다. 연기자 최정원속에는 비련의 여인도 속내를 진솔히 표현할 수 있는 넉넉한 폭과 깊이가 있었다.

○“촬영 없는 날은 가시방석, 차라리 현장이 더 편해”

연기 변신이 말처럼 쉽다면 그게 화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최정원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눈빛 하나로 내면의 슬픔을 표현해야 하는 연 공주 역은 녹록치 않다고 털어놨다.

“촬영이 없는 날엔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다. 차라리 현장에 있는 것이 마음 편하다. 계속 슬픈 감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빨리 이 감정을 털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소문난 칠공주’의 미칠이 이미지가 워낙 강해 처음 비련의 공주로 첫 사극에 도전한다고 알려졌을 때 “딱 맞는 역할이다”며 반색하는 측근은 별로 없었다.

“주변에서 ‘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할 때 난 자신 있었다. ‘할 수 있다’는 최소한의 자신감이 성취를 위한 기본 발판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정원은 드라마에서 왕족의 기품을 잃지 않으면서 백성들과 사랑하는 이를 위해 낮은 곳에 머무는 연 공주를 통해 스스로 연기자로서 한단계 진화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미처 몰랐던 섬세한 연기의 표현을 새롭게 느끼고 있다.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 한순간에 빛이 지나간 것 같은 깨달음을 느낄 때가 있다. 반 이상 달려온 지금 되돌아보니 연을 통해 한 뼘 자란 느낌이다.”

○“촬영 내내 울다 보면 가슴이 멍든 것처럼 아파”

그녀는 인터뷰 전날 무휼역의 송일국과 첫 키스신을 촬영했다. 최정원은 “키스신과 감정신을 앞두고 예민해져서 밥이 안먹혔다. 어제는 촬영 내내 너무 울어서 탈진까지 왔다”고 녹록치 않았던 촬영 과정을 소개했다. 그녀가 탈진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장면은 비류국 여인과 정략 결혼을 해야 하는 무휼을 지켜보다 눈물을 삭히며 도망치는 장면.

“찍는 동안에는 감정과 눈물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져야 한다. 전체 컷이나 상대방을 찍는 동안에도 눈물을 흘린다. 울다보면 실제로 몇 분 동안 가슴이 멍든 것처럼 아프다. 이럴 때 배우라는 직업이 스스로에게 잔인하다고 느낀다. 힘든 상황을 머릿속에 세뇌시키면서 아픈 상태를 유지해야한다.”

○“한 겨울 촬영, 저고리 속에 핫팩 10개 몰래 붙이고 견뎌”

눈물을 쏟아내는 장면만 힘든 것은 아니다. 드라마에서 처음 하는 송일국과의 키스신도 만만치는 않았다

“왕자님(송일국)이 키스신을 가짜로 하려다 너무 티가 나서 첫 NG가 났다. 베드신이 연상되는 장면을 제작진은 ‘호동 생산 작업’이라고 부른다. 그래서인지 예전 미칠이가 했던 적극적인 뽀뽀보다 더 예뻐보인다.”

야외촬영이 대부분인 ‘바람의 나라’에서 복병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다.

“내 옷이 가장 얇다. 부푼 치마 아래는 마음껏 입지만 상의는 목 선을 드러내야한다. 저고리 안에 핫팩 10여개를 몰래 붙이며 견디고 있다.”

핫팩과 함께 건강 보조 식품은 사극 촬영에 필수다. 그녀는 “연기자는 내 몸이 아파도 미안한 직업이다. 스스로 관리를 못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추운 날씨가 무섭게 느껴질 정도다. 포도즙, 배즙을 틈틈히 먹으며 혈액순환을 돕고 기관지를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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