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저널로그] 서울대 출신 인디밴드 리더 장기하

  • 입력 2008년 12월 11일 07시 36분


‘엔터! 저널로그’는 동아닷컴의 블로그 서비스인 저널로그(www.journalog.net)와 연계된 인터뷰 전문 코너 입니다. 인터넷 칼럼니스트 안진홍 씨가 매주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는 ‘딴따라’들의 속내를 들어볼 예정입니다. 기사 전문은 저널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올 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뮤지션으로 ‘장기하와 얼굴들’을 빼놓을 수 없다. 밴드의 리더 장기하(27)는 장르조차 제대로 정의내리기 힘든 읊조리는 창법, 창의적인 퍼포먼스, 덤덤한 표정연기를 내세워 온라인 공간의 최고 영예라는 ‘합성의 필수요소’로 떠올랐다.

그의 음악을 듣고 처음 든 생각은 ‘이 목소리가 과연 랩일까? 아니면 내레이션일까?’였다. 아예 창이나 타령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울림이 신선했다.

“음악을 만들며 전통음계까지 생각한 것은 아니고요, 원래 블루스의 펜타토닉 스케일이 우리의 ‘궁상각치우’음계랑 흡사한 면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겠네요.”

그의 음악을 애써 장르로 구분 짓는다면 ‘포크 록’이 합당하다. 1970년대 시작된 포크 록은 저항성이 생명이지만 장기하의 노래엔 ‘애수 섞인 수필’의 느낌이 더 강하다.

어떤 장르는 이래야 한다는 식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어요. 불평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찬사를 보내고 싶으면 그렇게 하는 거죠. 제 표현에 존재의미가 있으면 그걸로 족해요.”

그의 이미지에도 ‘반듯한 모범생’과 ‘88만원 세대’에 공통적인 시련의 감수성이 짙게 배어있다. 장기하는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엘리트’이지만 밴드를 시작한 뒤부터 고된 아르바이트를 하며 뮤지션의 길을 닦아왔다.

“어릴 적 막연하게나마 학자의 꿈이 있었죠. 하지만 공부는 제가 잘할지는 몰라도 즐길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뒤 줄곧 뮤지션을 꿈꿔왔어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통기타를 잡아본 소년은 교회를 오가며 기타코드의 기초를 익혔다. 방과 후 메탈리카의 ‘마스터 오브 퍼핏’을 따라 연주하고 복음성가를 혼자 작곡해보던 소년은 가슴에 ‘원 맨-밴드’라는 필생의 꿈을 품기 시작했다.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독창적 가치는 남다른 데뷔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벼락같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이 밴드는 방송이건, 온라인 음반매장이건 쉽게 찾기 어렵다. (그의 1집 앨범은 내년 1월에 나온다). CD를 직접 구워 팔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두 번 ‘붕가붕가 레코드’ 직원들이 모여 CD를 굽고 있어요. 한 번에 500여 장 정도 만들어요. 멤버들이 포장을 하면 저는 스티커를 붙이는 식이에요. 완전 가내 수공업 방식이죠.”

그가 이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초기 투자비용 없어도 기획사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음색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PC로 찍은 CD로 앨범 홍보에 나선 이들은 인터넷에 그들의 공연 동영상이 나돌면서 세간의 주목을 끌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이른바 자본의 힘에 의해 길러진 스타가 아닌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온 ‘자생적 스타’인 셈이다.

“지속 가능한 딴따라를 하고 싶어요. 자본 없이도 나만의 음악에 시동을 걸 수 있다는 것.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 인터뷰 전문은 ‘저널로그’ www.journalog.net/gesomoon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정호재 동아일보 기자 demian@donga.com

개소문닷컴 안진홍 대표는?

2005년 아시아 최초의 한-중-일 댓글 번역사이트인‘개소문닷컴’을 설립하며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허위와 가식이 아닌 땀내 나는 보통 사람들의 생존 스토리에 관심이 많다. 이 코너를 통해 앞으로 우리나라 ‘딴따라’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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