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쌍화점’ 주진모 ‘눈빛 연기 위해 12kg 뺐어요’

  • 입력 2008년 12월 12일 07시 35분


12월 30일 개봉하는 영화 ‘쌍화점’(감독 유하)은 최근까지도 구체적인 내용이나 장면이 베일에 가려 있었다.

6개월 동안 전국 각지를 돌며 진행한 촬영 자체도 철저히 보안을 유지했다. 심지어 통상 기자들의 취재를 위해서는 자료로 제공하던 영화 시나리오까지도 감췄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고, 비밀로 하면 더 궁금한 법이다. 어렵게 ‘쌍화점’의 최종 시나리오를 구할 수 있었다.

영화의 모티브는 고려 말. 왕자가 없는 왕(주진모)은 원나라에게 왕권을 위협받는다. 궁지에 몰린 왕은 왕자를 얻기 위해 가장 총애하는 호위무사 홍림(조인성)에게 왕비(송지효)와 동침할 것을 지시한다.

나라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 그런데 왕은 자신도 모르게 질투에 사로잡힌다. 여기까지는 많이 알려진 내용이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조금 더 소개하자면 왕이 괴로워하는 질투의 대상은 왕비가 아닌 홍림. 그에게 왕비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치적 동지이고, 반면 홍림이야말로 사랑의 대상이자 인생의 동반자였던 것이다.

# “배우라면 누구나 욕심낼 역할, 하지만 그만큼 부담도 컸다.”

나라를 위해 사랑을 희생한 왕 주진모를 만났다. 한 눈에 봐도 체중이 확 줄었다. 전작 ‘사랑’에서 봤던 건강미 넘치는 사내 대신 고뇌에 싸인 왕의 모습 그대로였다.

“감독님이 감정표현을 극대화하려면 미세한 얼굴근육과 눈빛에도 각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체중을 줄였어요. 12kg정도 뺐어요. 촬영 끝난지는 좀 지났는데 감독님이 개봉 전 홍보할 때까지 유지하라고 해서 이러고 있어요(웃음).”

체중뿐 아니다. 눈빛도 살짝 풀려서 몽환적이다. “눈빛이요? 한 6개월을 그렇게 살았더니 지금도 얼굴 곳곳에 남아있어요. 개봉하고 새 작품 하면 다시 돌아오겠죠.”

주진모는 아직 고뇌의 왕이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평소 촬영장에서 동료 배우, 스태프와 어울려 소주 한 잔 하는 걸 참 좋아해요. 하지만 ‘쌍화점’은 딱 한번 회식 때를 제외하고는 술도 입에 못 댔어요. 술이라도 한 잔 했다가는 그 다음날 촬영을 견딜 수 없었어요. 액션도 많은데다 워낙 극단적인 감정을 오가는 배역이라 모든 신경을 집중시켜야 했습니다.”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에서 수 없이 등장한 왕 역할이지만 ‘쌍화점’은 다르다. 주진모가 연기한 왕은 진정 남자만 사랑하는 인물. 그리고 외세에 홀로 맞선 고독한 군주다. 연기자라면 욕심도 날만 하지만 용기도 필요할 역할이다.

“맞아요. 배우라면 누구도 욕심낼 만 하죠. 하지만 그만큼 부담을 이겨내야할 용기도 있어야 했어요. 잘못하면 욕먹기 딱 좋은 역할입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받는 순간 개인적으로 큰 의미와 성취감이 있었습니다.”

촬영도 시작하기 전 성취감이라니? “솔직히 10년 째 연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 누구나 인정할 정상급 배우가 되지 못됐습니다. 소위 말하는 A급 시나리오를 제일 처음 받아본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쌍화점’은 제게 가장 먼저 왔습니다.”

#“조인성과의 키스신? 여배우랑 연기하는 것과 다를 것 없어요.”

‘쌍화점’은 노출, 동성애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기대를 받고 있다. 주진모도 조인성과 동성간의 사랑을 연기했다.

“부담감은 전혀 없었어요. 일단 유하 감독님을 믿었고 남성, 여성을 떠난 애절한 사랑이야기라고 받아들였습니다. 조인성 씨와 키스신이요? 여배우와 연기하는 것과 똑 같았어요. 조인성 씨는 함께 야구 경기를 즐기는 친한 후배입니다. 연기가 아니면 못했겠죠. 하지만 그의 대단한 집중력은 선배인 저를 부끄럽게 했고, 더 깊이 연기에 몰입하게 해줬습니다.”

주진모는 ‘쌍화점’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가 높다고 하자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말을 꺼냈다.

“촬영 도중 유하 감독님에게 농담으로 ‘감독님 머리에 새치 보이시죠? 염색안하면 안 될 정도에요. 이것보세요 탈모까지 생겼어요’라면서 웃었어요. 그러자 감독님이 ‘진모야 배우가 고통스럽고 힘들어야 관객들이 즐거워진다. 네가 힘든 만큼 관객들에게 전해지는 재미와 감동이 더 커진다. 더 힘들어야한다’고 답하셨어요. 그 말이 마음에 깊이 다가왔습니다. 관객들을 위해 더 힘들게, 고생되게 했는데 혹시 부족하면 어쩌죠?”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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