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태 “뭔가 하소연하고 싶은 맘 대변”

  • 입력 2008년 12월 16일 02시 59분


올해에는 TV 오락프로그램이나 드라마 등에서 ‘되고 송’ ‘…뿐이고’ 외에도 ‘신상녀’ ‘달인’ ‘똥덩어리’가 유행어로 회자됐다. ‘신상녀’는 신상품만 고집하는 여성을 뜻하고, ‘달인’은 KBS2 ‘개그콘서트’에서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말아”라고 외치는 김병만의 별명이다. ‘똥덩어리’는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김명민)가 실력이 없는데도 노력하지 않는 이들을 가리켜 부른 데서 유행했다. 이 유행어를 만든 이들의 말을 들었다.

▽‘되고 송’ 작사자 카피라이터 이주훈=광고 문구를 고민하다가 치킨집에 들어갔는데 주인아저씨가 벽에 조그만 종이를 붙여놓고 일하고 계셨다. 일명 ‘되고 법칙’이라고, ‘돈이 없으면 벌면 되고, 세상을 여유롭게 살고 싶으면 이해하고 배려하면 되고…’ 등의 내용이었다. 이거다 싶어 ‘∼하면 되고’라는 운율에 맞춰 노래를 만들면 개사하거나 손수제작물(UCC)을 만들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못하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도 있지 않나. 모든 사람의 소망일 것이다.”

▽‘…뿐이고’ 개그맨 안상태=처음 ‘어색극단’ 코너에서는 반응이 별로 없었는데 제작진이 기자 콘셉트를 살려보자고 했다. “집에 왔는데 난 열쇠 없고, 엄마는 놀러 나갔을 뿐이고, 앞으로 한 시간은 기다려야 되고, 엄마 밉고….”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볼 때 유행하는구나 싶다. 힘든 경제 상황에서 하소연할 일은 많지만 실제로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는 것이 무안할 때가 많지 않나. 난 열심히 곗돈 부었을 뿐인데, 계주가 도망가면 어쩌겠나. 소감? “난 올해 행복하고, 내년에도 행복하고 싶을 뿐이고, 그런데 내년까지는 못 갈 것 같고.”

▽‘신상녀’의 서인영=쇼핑을 좋아한다. 각본이 없는 프로그램이라 평소 내 말투 그대로 썼을 뿐이다. 하고 싶은 대로 했는데 유행이 되다니…. 아무래도 시대가 달라져서 그런 것 같다. 자신이 갖고 싶은 걸 당당히 소비하고 이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경제도 어려운데 ‘신상녀’라는 말에 갇혀 개념 없이 소비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달인’의 개그맨 김병만=‘달인’으로 유명해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회의를 거쳤는지,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시청자들이 ‘달인’에 열광하는 건 황당한 허풍을 늘어놓으면서도 본인은 엄청 진지한 상황의 ‘충돌’이 아닐지. 그런 달인이 귀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해서 그런 게 아닐지.

▽‘똥덩어리!’ ‘베토벤 바이러스’ 이재규 PD=대본 초고에서 처음 ‘똥덩어리’라는 단어를 봤을 때는 ‘과하지 않나’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강마에 캐릭터에 아주 적절한 단어였다. 정희연 역을 맡은 배우 송옥숙 씨는 이 말을 듣고 극중 상황인데도 기분이 정말로 나빴다고 말했다. 강마에가 보통 사람들은 평소에 하지 못하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으며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준 것 같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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