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배슬기, 할리우드 진출 A급 비밀

  • 입력 2008년 12월 16일 07시 30분


“비주얼 OK! 전격 캐스팅…그녀가 가수인줄 몰랐다”

‘할리우드 가려면 가수해라?’

가수 배슬기가 할리우드가 투자·제작하고 유럽의 감독과 배우들이 참여하는 영화 ‘파이널’에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파이널’은 ‘킬 빌’과 비슷한 액션영화로, 독일 출신 로치디 구에드리아 감독이 연출을 맡아 2009년 5월부터 독일, 이탈리아, 한국 등에서 촬영한다. 2010년 2월 개봉할 예정이다.

배슬기의 할리우드 진출은 현재 두 편의 영화에 잇따라 출연한 비, 춤을 소재로 한 영화 ‘하이프 네이션’에 캐스팅된 손담비에 이어 가수로 세 번째다.

가수들의 해외 진출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3∼4년 전부터 일본을 중심으로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활발히 진출했다. 최근에는 세븐과 보아가 아시아권을 넘어 팝의 본고장 미국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음악으로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그런데 비 손담비 배슬기는 음악이 아닌 연기로 미국 시장에 진입했다. 더구나 이미 오래전부터 가수로 국제적인 명성을 누리는 비를 제외한 손담비와 배슬기는 냉정히 말해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특급 스타는 아니다. 아직은 앞으로의 발전과 변화가 더 기대되는 신예란 표현이 더 어울린다.

하지만 그녀들은 경력이나 지명도 면에서 자신보다 높은 국내 여자 연기자들을 제치고 여주인공을 꿰찼다. 할리우드는 왜 전문 배우들을 놔두고 가수에게 관심을 갖는 것일까.

일부에서는 가수들이 전문 배우와 달리 출연작이 없거나 많지 않기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부담도 덜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전문 배우는 그동안 스크린에서 보여준 이미지가 있기에 아무래도 작품을 ‘고르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가수는 그런 고민이 없다는 것.

그러나 두 사람의 캐스팅 과정을 보면 오히려 한국 여자 연예인들이 이제 국제 무대에서 통할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파이널’에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배슬기는 그들이 찾는 ‘날카로운 이미지’를 갖춰 여주인공에 발탁됐다. 배슬기 소속사 로지 엔터테인먼트 박성진 대표는 “지난해부터 유튜브에 배슬기 관련 자료를 올렸는데 이를 본 감독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면서 “감독은, 날카롭게 보이는 이미지가 좋았다고 했고, 배슬기가 가수인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이프 네이션’ 출연 예정인 손담비는 애초 ‘춤에 능하고 비주얼이 좋은 가수’에 비중을 두고 한국과 중국, 태국 등 아시아 지역의 스타들을 저울질 하던 유니버설 측의 눈에 들었다. 손담비 역시 가수라는 사실보다 ‘춤’과 ‘비주얼’이 캐스팅에 영향을 미쳤다.

이 과정에서 배슬기는 70여명의 아시아 미녀 스타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손담비 역시 중국과 태국, 홍콩, 일본의 여성스타들과 경합을 벌여 낙점을 받았다.

과거 영화 시장의 규모나 국제적인 인지도 면에서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유리한 일본이나 중화권 스타들에 밀렸던 것을 생각하면 놀랄만한 변화다.

진출하는 과정이야 어찌됐든, 가수들의 잇따른 할리우드 입성은 한국 연예인이 가진 스타성과 잠재력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사진제공=로지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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