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신곡과 찬불가요집을 동시에 발표한 가수 유지나. 그녀는 원래 국악전공의 소리꾼이다. 남다른 이력은 동시에 전혀 다른 두 가지 스타일의 노래를 발표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시조를 읊조리듯 부르는 찬불가요는 국악창법을 바탕으로 하기에, 서양음악에서 파생된 트로트 창법과는 확연히 다르다. 두 음반 모두 ‘인생’이란 한 가지 주제를 노래한다.
초등학교 때 입문한 국악 인생부터 트로트가수까지 유지나의 노래인생 30년은 도전과 시련, 좌절, 그리고 희망이 드라마처럼 펼쳐져 왔다. 트로트 신곡 ‘쑈쑈쑈’와 찬불가요집 ‘인생’은 비록 장르와 멜로디는 달라도 그녀가 살아왔고 앞으로 살아가고 싶은 삶을 그대로 담고 있다.
유지나는 고교시절 KBS 2TV ‘국악콩쿠르’에서 ‘심청가’로 대상을 받고, 대학생이 돼서도 동아콩쿠르에서 동상을 받은 ‘국악계 유망주’였다.
그녀는 1987년 가수 김연자의 매니저에 스카우트돼 제 1회 MBC ‘노들가요제’에 ‘소문났네’로 출전, 대상과 최우수가창상을 받으며 화려한 신고식을 했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소속사가 문을 닫으면서 시련이 찾아왔다.
직접 음반도 제작했지만 번번이 쓴 맛을 봤다. 결국 다시 국악계로 돌아왔다. 2002년 가수 현숙의 권유를 받고 다시 트로트계로 돌아왔고, ‘저 하늘의 별을 찾아’가 히트를 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됐다. 이후 발표한 ‘쓰리랑’ ‘속 깊은 여자’가 그녀의 대표곡이 됐다. 계륵 같았던 국악창법은 이제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자기만의 매력이 됐다.
“두 번째 데뷔를 하면서야 조금씩 트로트를 알게 됐어요. 처음엔 힘을 빼기가 힘들었는데, 이제야 내 색깔을 찾게 됐죠.”
소속사 없이 홀로 활동하던 유지나는 더 큰 도약을 위해 지난해 ‘트로트 사관학교’라 불리는 장윤정 박현빈의 소속사 인우기획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국악을 하던 시절 목표는 인간문화재였지만 지금은 ‘최고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제 어느 정도 레퍼토리도 생겨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며 그들을 울리고 웃기고 감동 주고, 또 가슴에 있는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싶어요.”
유지나는 국악 하는 후배들이 자신을 보면서 대중가수로 변신에 대한 용기를 갖는다는 말에 행복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녀는 훗날 후배들을 위해 서울 근교에 멋진 한옥을 지어놓고 국악계 후배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싶다고 했다. 나아가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게 하면서 한국의 ‘전통 한류’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요. ‘쑈쑈쑈’ 노래처럼, 돈 없다고 기죽지마시고, 돈 많다고 자랑마세요. 인생은 긍정으로 살아야 합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