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TV 나들이’ 전영록-전보람 부녀 “긴장감에 잠 설쳐”

  • 입력 2008년 12월 17일 13시 53분


“내 길 걷는 딸 보니, 우리 부모님이 날 보며 이러셨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가수 전영록(58)이 연예계에 막 입문한 딸을 보며 상념에 잠겼다. 최근 싱글 음반을 발표하고 신인 가수로 데뷔한 딸 전보람(22)은 “아빠의 존재 자체가 힘이 된다”며 굳은 신뢰를 표시했다.

두 부녀가 최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진행된 KBS2TV ‘스타골든벨’ 녹화에 함께 참가했다. 지상파 TV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

“첫 예능 출연에 잔뜩 얼어서 표정이 무섭게 나왔다”며 울상 짓는 딸에게 아버지 전영록은 “처음부터 너무 잘해도 시청자들이 싫어할 수 있다”며 자상하게 토닥였다.

16년 만에 17집 발표한 베테랑 가수 전영록과 첫 싱글을 낸 딸 전보람은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하게 됐다.

전영록은 “애초에 이런 계획은 아니었다. 내 앨범 작업이 늦어지면서 시기가 맞물렸다”며 “재력은 없고, 음악적인 부분만큼은 최선을 다해 돕고 싶다”고 말했다.

전보람은 “방송국이라는 낯선 곳에 왔는데 아빠가 있어 든든한 점도 있었지만 처음이라 부족한 모습까지 보이려니 떨리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아빠가 최후 1인자로 ‘골든벨’을 울려 놀랍고 자랑스러웠다”고 웃었다.

영화배우 故 황해와 가수 백설희의 아들인 가수 전영록은 가수에 도전하는 딸을 보면서 “부모님과는 다른 방식으로 보람이의 성장을 지켜보고 싶다”고 했다.

“난 평생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어 노래해 왔다. 경력 25년쯤 되니까 ‘이제 조금 가수 같다’고 한마디 해주셨다. 부모님은 나에게 특별한 지도나 조언을 해주지 않으셨다. ‘우리가 가르치면 네가 황해가 되고 백설희가 된다’며 스스로의 길을 개척할 것을 요구하셨다. 어머니와 난 음악 장르가 다르기도 해 소통이 쉽지 않았지만 보람이는 나와 음악 색깔이 겹치는 만큼 필요한 조언을 해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전보람의 디지털 싱글의 타이틀곡이자, 가수 이지연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그 후론’에는 아버지 전영록의 목소리가 코러스로 흐른다.

전보람은 “이지연 선배의 노래로만 생각하고 연습했다. 정말 뒤늦게 그 곡의 작사 작곡자가 아빠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정중하게 코러스를 부탁했다”고 밝혔다.

전영록은 “나도 73년도에 첫 방송을 앞두고 사흘이나 잠을 못잤다. 방송 직전까지 극도로 긴장하고, 다른 형제들에 비해 끼가 부족한 내가 등 떠밀리듯 연예인이 된 게 보람이와 닮았다”고 말했다.

딸은 대스타였던 아버지의 뒤를 잇는 부담은 없을까. 전보람은 “처음 떼는 발걸음에 ‘실력도 없는데 믿는 데가 있다’는 주변의 편견은 두렵다. 지금은 실력이 자라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아빠의 존재가 부담으로 다가 오기 보다는 힘이 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가수이자 작곡가인 전영록이 딸에게 쉼없이 강조하는 것은 ‘노래’ 보다는 ‘인성’이다.

그는 “아이가 밝게 자라주어 고맙다. 항상 노래보다는 인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내 부모님도 똑같이 가르친 부분이다. 나보다 남을 위하고, 인사 잘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스포츠동아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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