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예정자 1순위로 거론돼온 인기그룹 스마프의 이나가키 고로가 오랜 연인이자 인기배우 칸노 미호와 헤어졌다는 소식이 공식화하자 일본 언론은 아이들의 숙명을 거론하는 해설 기사까지 곁들이며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가을 쟈니스사무소 소속의 그룹 ‘V6’의 멤버 이노하라 요시히코가 배우 세토 아사카와 공식 기자회견을 열며 근사하게 결혼에 골인한 데 이어 올 봄에는 같은 소속사의 그룹 ‘토키오’의 야마구치 타츠야가 속도위반 결혼을 발표하면서 결혼을 금하는 소속사의 족쇄가 풀렸다는 대목이 호들갑스럽게 언론을 장식하곤 했다.
‘철의 규칙’이 붕괴했다는 둥 표현 방법도 참 가지가지였다.
30세를 넘긴 지긋한 남성이 결혼했다는 게 신기하게 받아진 것을 보면 아이들의 결혼이 얼마나 지난한 인생의 관문인가를 알려주는 풍경이었다.
때문에 이번 이나가키 고로의 파경 소식은 반대로 결혼금지 룰이 원상복귀했다는 초점에서 다뤄졌다.
인기 정상의 그룹 멤버로서 일에만 전념하기로 했다는 게 결별의 한 배경으로 언급됐다.
그러나 이나가키 고로와 칸노 미호의 결별이 정말 결혼을 멀리하는 아이들의 숙명과 관계가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두 사람은 한번도 교제 중임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으며 이번 결별 보도에 대해서도 특별히 대꾸하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이 본인들은 모르는 척 해도 남들은 다 아는 ‘빅스타 커플’이 된 것은 2000년 주간지의 현장 포착을 통해서였다.
1998년 드라마에 동반 출연한 뒤 연인사이로 발전한 이들은 2000년 상대의 집을 오가는 장면이 목격됐고 오키나와로 동반 여행을 다녀온 사실도 공개돼 ‘사귀는 것 맞구먼’이라는 세간의 인정을 얻었다.
그로부터 8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으니 쟈니즈의 릴레이 결혼 소식에서 바통을 이어받을 주자로 유력시됐다.
그러나 올여름 두 사람은 헤어졌다는 게 이번 파경 소식의 요지. 그 정확한 시기에 대해서 어느 언론도 자신 있게 못 박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결별 이유와 관련해서도 아주 무난한 표현이 주를 이뤘다.
워낙 바쁘게 일을 하다 보니 교제를 지속하는 게 어려워져 결국 이별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남녀의 결별 속사정이야 당사자만 아는 진실이 있을 테지만 두 스타의 지명도와 파경이라는 굵직한 뼈대 외에는 덧붙일 살이 워낙 없어서인지 일부 언론은 불법주차 문제 등으로 입건돼 활동을 중단해야 했던 이나가키 고로의 과거사까지 들먹이며 ‘어려운 시기를 함께 한 연인이 결국 이별하다니’식으로 드라마틱함을 북돋우려 애쓰기도 했다.
짧은 진실에 아주 긴 해석과 추측이 곁들여진 게 이번 결별 보도의 특징이었다.
과연 이나가키 고로가 아이돌이기 때문에 결혼 초읽기의 연인과 관계를 정리했다는 인과관계는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워낙 이나가키 고로나 칸노 미호나 긍정적인 이미지를 자랑하는 예쁜 스타들이라서 그런지 이들의 팬들 사이에서조차 이번 결별 소식은 ‘잘 됐다’가 아니라 ‘안타깝다’는 반응을 더 자아내고 있는데 말이다.
도쿄 | 조재원
스포츠전문지 연예기자로 활동하다 일본 대중문화에 빠져 일본 유학에 나섰다.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어떤 때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일본인들을 대중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알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