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울지마’ 이정진 “전에 없던 자신감 채워 만족”

  • 입력 2008년 12월 26일 07시 27분


김태희, 한가인, 한채영, 수애.

이들은 미녀 배우라는 공통분모 외에 이색적인 공통점으로 또 한 번 묶인다. 바로 연기자 이정진(30)과 영화와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춘 스타라는 사실이다.

‘여복’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 없는 이정진의 상대역은 이처럼 화려하다. ‘얼마나 좋았느냐’고 은근히 떠보니 “촬영할 때는 물론 끝나고 나서도 휴대전화 번호도 묻지 않았다”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과도한 자기 변명이라 여겼지만 이정진은 “원래 성격이 그렇다”면서 배우로서 확실한 뿌리를 내리지 못했던 자신의 20대 이야기를 들려뒀다.

“스스로 날 가뒀다. 일과 현실은 구분해야 한다고, 혼자서 말도 안 되는 상태로 일을 했다. 친한 사람이 아니라면 멀리 했다. 30대가 되니 연기와 인생을 더 확실히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이정진은 이를 2005년부터 2년간 보낸 군대 생활과 30대로 접어든 나이 탓으로 돌렸다.

“군대에 있는 동안 출연한 작품을 다시 봤다. 만족보다 무슨 생각으로 연기를 했는지 모를 만큼 부끄러운 장면이 많았다. 배우로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열심히 찾았다.”

그래서 택한 것이 MBC 일일극 ‘사랑해 울지마’(극본 박정란·연출 김사현). 가족에 대한 사랑과 연인을 향한 따뜻한 진심이 묻어나는 건축가 한영민이 그의 역할이다.

그는 군 생활과 나이에서 오는 여유로 인해 “변죽이 좋아졌다”고 자랑한다. 그런 여유는 ‘사랑해 울지마’ 촬영장에도 과거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나선다.

남자 주인공이란 부담보다 함께 출연하는 이순재, 강부자 등 관록 있는 중견 연기자들에게 다시 배우는 연기의 참 맛에 푹 빠진 상태다.

남다른 각오로 나선 이정진에게 이번에도 ‘여복’은 계속됐다. 한 명도 아닌 두 명의 여자에게 사랑받는 행복한 남자다. 약혼자(오승현)가 있는데도 뒤늦게 찾아온 이유리와 사랑에 빠지는 이정진은 “마음이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게 사랑의 진짜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단순한 삼각 멜로는 아니다. 이정진은 느닷없이 나타난 옛 연인이 존재조차 몰랐던 7살 아들을 맡기면서 졸지에 ‘싱글대디’가 된다.

간단치 않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이정진은 “숨길 수 없다면 떳떳하게 공개하고 책임을 지는 남자다운 남자”라며 “통속과 거리가 먼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요즘 그가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편안해 보인다”는 칭찬. 연기도 외모도 한층 부드러워진 이정진은 “전에 없던 자신감을 채웠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일일극을 해보니 트렌디드라마에 주로 출연하면서 나쁜 연기 습관이 몸에 배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양한 경험이 배우의 생명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란 걸 뼈저리게 느낀다. 앞으로 나의 선택을 후회하고 싶지 않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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