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7시 서울 삼성동 대서양홀에서 공일오비 콘서트 ‘아주 오래된 연인들’이 열렸다. 공연장에는 오랜만에 원년멤버들이 모인 공일오비의 무대를 보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팬들이 모여들었다.
한눈에도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 관객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의 얼굴에는 마치 오랜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공일오비는 이러한 관객들의 기대를 십분 충족시켜줬다.
이날 장호일, 정석원 뿐 아니라 이장우, 윤종신, 김태우, 조성민 등 객원보컬들이 총출동한 무대는 주옥같은 공일오비 노래들과 ‘원조 라디오 세대’다운 걸쭉한 입담으로 꽉 채워져 있었다. 또한 타임머신을 타고 예전으로 돌아간 듯 변치 않은 외모와 녹슬지 않은 노래 실력으로 3시간여 동안 5000여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
● 이장우(1992년~) 공연의 시작은 이장우가 끊었다. 이장우는 1992년 공일오비 3집 객원보컬로 이름을 알렸다. 정석원의 피아노 연주가 끝나고 등장한 이장우는 ‘떠나간 후에’, ‘그녀의 딸은 세 살이에요’, ‘5월 12일’ 등 공일오비의 대표적인 발라드곡을 연달아 선보였다.
‘너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부를 때에는 관객들의 환호에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흘려 눈길을 끌었다. 이장우는 “여러분들이 내 이름을 기억해주고 불러주니까 가슴 속이 뭉클해져서 눈물이 났다”며 “역시 음악하기를 잘 한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 조성민(1994년~) 조성민은 1994년 공일오비 5집 타이틀곡이었던 ‘단발머리’를 부른 주인공이다. 이후 1998년 ‘장호일 위드 TG & 공일오비 슈퍼믹스-아주 오래된 연인들’에 객원 보컬로 한 차례 더 참여했다.
그의 존재는 공일오비 골수팬들을 제외하고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조성민은 이날 ‘슬픈 인연’,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단발머리’ 등을 열창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특히 그의 입담은 관객들의 웃음보를 터트렸다. 야구선수 조성민과 동명인 탓에 벌어졌던 에피소드를 공개하면서 “미니홈피에 이유 없는, 설명 없는 욕설은 자제해 달라”며 부탁해 웃음을 자아냈다.
● 윤종신(1990년~) 윤종신은 공일오비의 진정한 원년 멤버다. 1990년 공일오비 1집 ‘공일오비’로 데뷔해 주옥같은 노래들을 남겼다. 이날 ‘윤회장’이 아닌 공일오비로 무대에 오른 윤종신은 15년 전으로 돌아가 실력파 보컬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텅 빈 거리에서’, ‘H에게’, ‘오래전 그날’ 등을 열창한 윤종신은 “1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에 겉모습은 바뀌었지만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는 그 모습은 15년 전과 똑같다”며 “개인 활동을 하고 있지만 공일오비 무대에 오르면 든든한 느낌이고 동네 친구들을 만난 기분이다”라고 감격스러운 듯 말을 이었다.
● 김태우(1992년~) 공연은 마지막은 김태우가 장식했다. 김태우는 공일오비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아주 오래된 연인들’을 부른 장본인. 공일오비 외에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았던 그는 10여년 만에 무대에 올라 폭발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김태우의 열창에 관객들은 모두 기립해 환호를 보냈다.
‘신인류의 사랑’에서는 함께 율동하는 시간을 마련하며 관객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이었다.
장호일은 “여러분이 공일오비의 노래와 함께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이 참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석원은 “우리 공연은 많은 돈을 들이는 게 아니라 말로 때우고 노래를 들려주는 게 맞는 것 같다”며 “늘 음악이 주인공인 무대에서 끝까지 환호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공일오비의 공연에서 늘 마지막 노래로 사용되는 ‘이젠 안녕’을 부른 이들은 앙코르로 ‘수필과 자동차’ ‘친구와 연인’를 선보이며 막을 내렸다.
공일오비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은 28일 같은 곳에서 한 차례 더 공연된다. 공일오비는 현재 8집 준비에 한창이며 내년 새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스포츠동아 홍재현 기자 hong92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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