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개그맨보다 재치있는 입담으로 배꼽잡게 하며 ‘댓글 보는 재미에 인터넷한다’는 누리꾼까지 등장했다.
이쯤되면 댓글이 ‘킬러콘텐츠’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터.
한 해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기사에서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할 ‘누리꾼 어록’을 뽑아봤다.
누리꾼 vs 누리꾼
누리꾼들의 설전이 가장 치열했던 기사는 ‘서러운 떡볶이 아줌마’였다. 대구시 달서구청이 성당동 두류종합시장의 노점상을 강제철거하면서 철거반에 의해 한 노점상의 떡볶이가 땅에 쏟아지자 주인 아줌마가 울음을 터뜨린 사진에 대해 많은 누리꾼들의 동정론과 원칙론이 맞섰다.
“철거반이 갑자기 들이닥친 것은 아닐테고 철수할 시일을 줬을텐데 상인들이 지키지 않은 것입니다. 아주머니가 안타깝긴 하지만 원칙은 지켜져야 합니다”는 누리꾼의 주장에 “제발 벼랑 끝까지 몰고 가지는 마라. 없는 사람들 벼랑 끝으로 몰고 가서 뭐 어쩌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왔다.
두 주장이 팽팽히 맞서자 “아주머니가 정말 안됐고 보는 사람으로서도 가슴이 많이 아프지만 불법이니 할 말이 없고 철거반도 지시에 따라 행동하는 것 뿐이니 누구의 잘못이라고도 할 수 없다”며 중재하는 목소리도 컸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반 학생들끼리 싸움을 벌인데 화가 나 관련 학생을 체벌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으로 퍼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는 기사에는 교사의 잘못이라는 주장에 오히려 학생과 학부모의 잘못이라는 주장이 맞섰다.
“교사와 선생님의 차이점이 ‘님’이라는 글자다. ‘님’은 존중하고 존경하는 사람에게 붙는 것이다”, “20세기 교실에서 19세기 선생님이 21세기 학생을 가르친다. 폭력은 돌고 돈다”,
“학생들에게 적당한 체벌은 필요하지만 폭력은 금지되어야 한다”며 교사의 실책을 비난하는 누리꾼들에게 “싸움한 학생을 체벌하는 선생님보다 그걸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세태가 더 문제다”, “요즘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과잉보호하는 것이다. 학부모부터 바로 서야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유쾌,상쾌 vs 불쾌
베이징 올림픽에서 야구는 통쾌함을 남긴 반면 축구는 답답함을 남겼다.
올림픽 야구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2-2 동점이던 8회말 이승엽의 결승홈런이 터지며 6-2 역전승을 거두자 흥에 겨운 누리꾼들은 “이승엽을 ‘병역면제 전문 브로커’로 구속시켜야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베이징대첩으로 기록되어야 한다”는 맞장구가 이어진 가운데 누리꾼들은 “일본 가시는 길 아무 상조나 믿고 맡길 수 없겠죠. 저희 보람상조가 함께 합니다”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한편에선 일본이 동메달이라도 따야한다며 선전을 기원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이유는? “시상대에서 우리랑 같이 가슴에 손 얹고 애국가 들어야 합니다”
반면 축구는 이탈리아와의 본선 D조 2차전에 0-3으로 완패하며 8강행이 무산되자 “항상 백패스, 백패스, 백패스, 롱패스, 결국은 삑사리로 끝나는 똑같은 플레이”, “골대앞 주춤주춤도 항상 똑같다”는 누리꾼들의 신랄한 비난을 받아야했다.
“제일 짜증나는 중계소리는 ‘슛∼∼∼ ∼∼∼∼∼ 아…………………’”라는 댓글에는 ‘무한공감’이 이어졌고 한편에선 “한국축구와 야동(야한 동영상)의 공통점은 보기 전에는 이번엔 뭔가 다를 것이라는 실낱같은 기대감을 갖지만 보고 나서는 괜히 봤다고 후회하는 것”이라는 누리꾼의 통찰(?)도 돋보였다.
비난도, 공감도 손에 손잡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과격 양상을 띠면서 경찰이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불법 집회로 규정. 신고없이 촛불집회를 개최할 경우 관련자를 사법처리키로 방침을 정했다는 기사에는 ‘질타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러다가 정말 제2의 광주사태가 나올수도 있겠구나”, “국민을 국민으로 보지 않고 일개 반란군의 무리로 보는구나 국민주권을 이렇게 빼앗아가다니”라며 한탄한 누리꾼들은 급기야 이명박 정부를 향해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경제 안 살려도 좋습니다. 목숨만 살려 주세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이던 지난 2월 방화로 잿더미가 된 숭례문을 정부 세금보다 국민성금으로 복권하자고 제안했다는 기사에는 ‘반대댓글’이 쏟아졌다.
“성금내는게 아까운 것이 아닙니다. IMF에 금을 내놓은 것도 국민이었고 태안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하자 기름을 닦아낸 것도 국민이었습니다. 국회의원, 대기업 누구하나 나서서 책임진 사람 있습니까? 국민을 봉으로 생각하는 정부가 부끄럽습니다”며 분통을 터뜨린 누리꾼들은 “복원 운운하기 전에 충분한 반성은 했나요?”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숭례문 복원 반대합니다. 불탄 채 600년간 그대로 보존하자. 이것도 역사다. 매일매일 불타버린 숭례문을 보면서 자손대대로 교훈 삼자”는 댓글을 올려 공감을 받기도 했다.
지난 2월 인수위의 영어 공교육화 정책에 대해 신해철이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통해 “차라리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든지, 아니면 호주와 캐나다와 함께 영연방으로 들어가라”는 독설을 쏟아내며 비난했다는 기사엔 ‘공감댓글’이 대세였다.
“세종이가 뿔났다”,
“영어 잘해서 강대국되면 필리핀은 뭡니까”며 영어 공교육화 정책을 비난한 누리꾼들은
“‘우리나라에 부처가 들어오면 한국은 부처가 되지 못하고 부처의 한국이 된다. 우리나라에 공자가 들어오면 한국을 위한 공자가 되지 못하고 공자를 위한 한국이 된다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오면 한국을 위한 예수가 아니고 예수를 위한 한국이 되니 이것이 어쩐 일이냐. 이것도 정신이라면 정신인데 이것은 노예정신이다’고 말씀하신 단재 신채호 선생님이 생각납니다.”고 뼈있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인기검색어]
김아연 동아일보 정보검색사 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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