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을 처음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깜짝 놀란다. 도시적이고 세련된 외모와 달리 당황스러울 정도로 순진한 모습 때문이다.
고마운 마음이 들면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고 수줍게 웃고, 작은 칭찬에도 금방 얼굴이 빨개진다. 그러다 칭찬이 과하다 싶으면 손사래를 치며 얼른 바로잡는다.
인터뷰를 마치고 테이블의 컵들을 직접 깔끔이 정리하는 모습에서는 살짝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연예인답지 않은 연예인 이수경의 이런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 제작자는 그런 이수경의 모습을 그대로 시나리오에서 재탄생시켰다.
그리고 직접 제작까지 맡아 이수경을 캐스팅했다. 작은 말투부터 조심스러운 성격, 나보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씨가 그대로 영화에서 그려졌다.
그 영화가 바로 ‘로맨틱 아일랜드’다. 각자 상처가 있는 네 남녀가 휴양지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만나 치유와 새로운 사랑을 느끼는 로맨스다.
이수경은 영화 속에서 자신보다 어려운 집안 살림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희생하며 사는 수진 역을 연기했다.
영화에서는 자세한 설명을 생략했지만 어려운 집안 살림에 대학진학까지 포기하고 열심히 회사에 다니다 지쳐버린 여인이다.
이수경은 “영화 속 수진에 비해 저는 그렇게 솔직하지도 순수하지도 못한 것 같아요. 성격이나 말투가 너무 비슷해 깜작 놀라긴 했지만 훨씬 착해요”
1년 전 이맘 때 이수경은 스릴러 영화 ‘가면’에서 성전환수술로 여성이 된 역할을 실감나게 연기했었다. 비록 흥행은 부진했지만 그녀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작품이었다. 1년 만에 돌아온 스크린, 무거운 스릴러와 정 반대로 설레는 로맨스다.
“로맨스 영화는 참 즐거워요. 그렇게 오랜 시간 집에서 떨어져 해외에 머무른 것도 처음이라 좋았죠. 촬영 없는 날에는 화장은 커녕 씻지도 않고 막 돌아다녔어요. 동료 배우들과도 정말 재미있게 보냈습니다”
솔직한 이수경이지만 성격 때문에 상처를 많이 입기도 했다. 2004년 ‘하늘이시여’로 데뷔했고 드라마 ‘며느리 전성시대’, ‘대한민국 변호사’ 그리고 영화 ‘타짜’까지 작품 운은 많았지만 몇 차례 스캔들과 누리꾼의 공격에 시달리기도 했다.
“아직 연기를 잘 못해요. 상대 배우와 친해지지 않으면 어색하기만 할 뿐 친근한 연기가 절대 나오지 않아요. 그래서 동료로 많이 친해지려고 노력했는데 스캔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연이어 스캔들이 생기자 스스로 마음을 닫고 사람들과 잘 친해지지 않으려고 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고민이 많았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그럼 악플은? “데뷔 초 ‘연애편지’라는 오락프로그램 나갔었는데 일주일에 1kg씩 한 달 넘게 체중이 계속 빠질 정도였어요. 하지만 ‘욕먹는 게 전혀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 보다 훨씬 좋은 거다’고 주위에서 격려해줘 잘 이겨냈어요.”
이수경은 최근 SBS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하며 예능프로그램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또 손사래를 친다.
“예전에 ‘한 밤의 TV연예’를 1년 정도 진행했는데 처음 몇 달 간 매일 실수를 했어요. 유재석씨 같은 분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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