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발표한 싱글 ‘공항 가는 길’과 정규 3집 ‘저스트 팝’이 ‘터지기’ 전까지 이들의 이름을 아는 이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마이앤트메리는 당시를 “음악하는 게 재미있어서 매일 매일 노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1995년 동네 친구 세 명이 모여 만든 모던 록 밴드 마이앤트메리.
‘우리 이모 메리’라는 더할 나위 없이 친숙한 팀명을 가진 이들은 3집 ‘저스트 팝’으로 이름을 알렸다. 음반은 3만 장이 채 팔리지 않았지만 그 해 명반에 47위로 랭크됐고 평단의 호평이 쏟아졌다.
이후 부담감을 갖고 만든 4집 ‘드리프트’의 성적은 다소 저조했다. 하지만 이들은 2년 만에 또 다시 5집이라는 숙제를 풀어냈다. 이들의 ‘놀이’는 13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 3집이 큰 성공을 거둬서 부담감이 있었던 건 아닌가.
“부담은 4집이 심했다. 5집은 오히려 담담했다. 좋은 앨범을 만들겠다는 생각뿐이었다.(박정준)”
- 좋은 앨범이라는 건 뭔가.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우리 기준에서 좋은 앨범이란, 매일 듣지는 않지만 책상 어딘가에 놓여있고 주위에 맴도는 음악이다.(한진영)”
- 5집 타이틀이 ‘서클’인데.
“예전에는 일관성 있는 음악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개인의 성향을 살렸다. ‘서클’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하고 싶은 음악을 풀어놨다고 보면 된다.(정순용)”
- 솔직히 음반 장사는 되나.
“하하. 우리도 고민이 많았다. 어떤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익성 자체가 목표가 되면 음악이 재미없지 않겠나. 셋이 열정이 다하는 날까지 꾸준히 음악을 하고 싶을 뿐이다.(정순용)”
- 음악이 예전에 비해 편안해졌다고 했는데 왜인가.
“‘재미있는 드라마’가 아닌 ‘쿨한 다큐멘터리’ 같은 음악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정순용)”
- 쿨한 다큐멘터리라.
“전에는 멋있는 척을 많이 했다. 지금은 편한 게 좋다. 있는 그대로 사는 거다. 음악도.(정순용)”
- 마이앤트메리는 언더인가. 오버인가.
“홍대에서도 언더다, 오버다 딱히 생각해본 적 없다. 우리에게 음악은 놀이다. 지금도 어디서든 놀고 있을 뿐이다.(정순영)”
1시간여의 인터뷰를 마치고 마이앤트메리에게 물었다. “왜 마이앤트메리의 음악을 들어야할까요?” 그들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들으면 좋으니까요”라며 현답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사진 제공l 플럭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