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9일 “MBC가 공영방송, 공·민영방송, 민영방송 등 여러 이름으로 일컬어지고 있는데 MBC의 정명(正名·이름에 걸맞은 존재)이 무엇인지 스스로 돌아볼 시점”이라고 지적한 뒤 MBC는 ‘뉴스데스크’ 등을 통해 한나라당의 미디어 관계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반대하는 보도를 매일 1∼3건씩 내보내고 있다. MBC는 보도 및 시사프로그램 등에서 최 위원장의 발언을 비롯해 한나라당의 개정안이 MBC 민영화를 목표로 한 것이라며, 개정안이 담고 있는 대기업 및 신문의 방송 진출 허용이 정권의 방송 장악과 여론 독과점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MBC 노조도 이를 명분으로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26일 “미디어 관계법안에 대해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이유로 파업을 한다면 그야말로 밥그릇 지키기”라고 비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① 신-방 겸영 여론 다양성 훼손?
새채널 생기면 다양성 높아져
MBC는 19일 ‘뉴스데스크’에서 “신문에 방송 소유를 허용할 경우 여론의 다양성이 훼손된다”며 “신문 시장 점유율 70%가 넘는 거대 신문사들은 현재도 여론을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에 방송을 겸영하면 여론 독점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론은 신문과 방송을 비롯해 인터넷 포털 등을 통해 형성되고 있으며, 수백 개의 채널을 가진 인터넷TV(IPTV)가 도입된 미디어 환경에서, 일부 신문과 대기업이 방송에 진출해 여론을 독점한다는 것은 지나친 부풀리기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국내 방송계에서는 지상파의 독과점이 심각한 상황이다. 방송광고시장에서 지상파 3사의 점유율은 77%(2006년 기준)로 공정거래법상 독과점 기준인 75%를 넘었다. 2007년 지상파 3사 메인 뉴스의 종합시청률은 40%에 육박하지만 보도채널인 YTN의 시청률은 1%를 밑돈다.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신문 방송 겸영으로 지상파에 대응하는 종합편성채널이나 보도채널이 나온다면 이는 방송시장에서 의견 다양성을 제고하기 때문에 금지할 명분이 없다”며 “특히 신문이 지상파 방송사의 주식을 제한적으로 갖는 것은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공영방송 의무 다했다?
광우병-탄핵방송때 공정성 훼손
MBC는 ‘뉴스데스크’나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공영방송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탄핵방송’과 광우병 관련 ‘PD수첩’처럼 MBC는 대립적 견해를 균형 있게 보도해야 하는 공정성 원칙을 여러 차례 훼손한 바 있다. 2004년 탄핵방송에 대한 한국언론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3사 모두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편파적’ 방송을 했으며 그중 MBC가 가장 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례로 MBC 앵커 발언의 47.6%가 탄핵 반대 목소리를 담은 반면 탄핵 찬성 쪽을 두둔한 발언은 단 한 건도 없었다.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4월 29일)편은 의도적 오역으로 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과 법원의 정정 및 반론보도문 게재 결정을 받았다. MBC는 또 국회 국정감사 때는 ‘상법상 주식회사’라는 점을 들어 비공개로 회사 현황을 보고한다.
③방송사 무제한 소유한다?
방송법에 지분 20%제한 규정
MBC는 23일 ‘뉴스데스크’에서 “신문사와 방송사를 동시에 소유할 수 있도록 한 선진국들은 대신 강력한 제한조건을 두는 경우가 많다”며 영국 독일 미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영국의 경우 전국 독자의 20% 이상을 점유하는 신문사는 전국 방송사 지분의 20%를 소유할 수 없고 독일도 전체 여론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지 않아야 방송 경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발의된 개정안은 신문이 방송시장에 ‘제한적으로’ 진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개정안은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 지분 소유를 20%로 제한하고 있어 영국 독일 또는 프랑스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뉴스데스크’는 밝히지 않았다. 선진국에서는 대기업의 방송 진출에 대한 특별한 제한 규정이 없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방송 진출을 원천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사실도 전하지 않았다.
④방송공익성 지키려 파업?
근로조건 무관 정치성 불법파업
MBC는 ‘뉴스 데스크’를 통해 “방송법 개정안으로 인해 방송의 공익성이 훼손된다”며 개정안을 반대하는 MBC 노조의 파업을 두둔했다. 여성 앵커는 25일 “방송법 내용은 물론 제대로 된 토론도 없는 절차에 찬성하기 어렵다”며 자신의 파업 참여를 시청자에게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MBC가 보도를 통해 이를 두둔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태도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노동부는 26일 “언론노조의 파업은 근로조건과 관련이 없는 정치적인 목적의 파업으로 불법 파업”이라고 밝혔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국회 입법 사항을 갖고 방송사 노조가 파업하는 전례는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방송학자는 “노조 파업의 상대는 경영진인데, 입법 사항은 MBC 경영진이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파업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⑤MBC 민영화가 방송장악 음모?
1988년 파업때는 ‘민영화’ 주장
MBC는 22일 ‘뉴스데스크’에서 “한나라당은 MBC와 KBS 등 공영방송에 불편한 입장을 보였다”며 “권력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언론의 소유 형태를 바꾸려는 시도는 어느 선진 민주사회에서도 볼 수 없다”고 보도했다. MBC는 방송법 개정안이 민영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곧 MBC를 대기업이나 신문의 손에 넘겨주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MBC는 1988년 파업 당시 KBS로부터 주식을 가져오기 위해 ‘방송 독립’을 명분으로 ‘민영화’를 주장했으며,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방송개혁위원회에서도 단계적 민영화 방안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MBC 민영화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지분의 70%, 정수장학회가 30%를 갖고 있는 소유 구조로 인해, 오랜 논의가 필요한데도 MBC는 당장 민영화로 가는 것처럼 부풀리고 있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29일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MBC 민영화는 방송법 개정과 무관하며 따로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⑥대기업 들어오면 선정적 방송?
MBC 방송제재, 民放보다 많아
MBC는 28일 뉴스데스크에서 “KBS ‘차마고도’나 MBC ‘북극의 눈물’처럼 돈이 많이 드는 공익적 다큐멘터리는 공영방송만이 할 수 있다”며 “재벌이 방송에 진입하면 프로그램의 선정성 논란은 커지고 보도에서 건전한 비판 기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드라마 ‘대장금’은 선정성과 폭력성 배제라는 공영방송의 윤리의식이 투영돼 ‘한류’를 일으켰다고 자찬했다.
하지만 MBC는 최근 아침드라마 ‘흔들리지마’에서 형부와 처제가 지속적으로 불륜을 저지르고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살의를 품는 내용을 내보내 방통심의위에서 주의 조치를 받았다. MBC는 최근 3년간 방통심의위(구 방송위 포함)로부터 SBS(67건)보다 46건 많은 113건의 법적 제재를 받았다.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MBC가 편성에 있어 SBS와 다를 바 없는 상황에서 대기업과 신문 소유 방송사가 유독 선정적 프로그램을 양산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